- 교육계·학부모 반응

“대통령 말한마디에 오락가락
전형적인 후진국형 교육정책”

학부모단체들은 찬반 엇갈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주요 대학 정시 비중 확대를 밝히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구체적인 방안을 11월까지 마련키로 함에 따라 교육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사실상 ‘표적’이 된 서울 주요 대학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 따라 정시 비중을 최소 30%로 상향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승 폭을 추가로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자율성 침해”라는 불편한 기색도 역력하다. 교육부는 ‘권고’ 형태로 정시 확대를 유도한다는 입장이지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돼 있어 대학들은 사실상 ‘반강제’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정 문제에서 자유로운 포스텍(포항공과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지난 10년간 입학사정관 제도가 학교 현장에 정착이 됐고 정부 역시 수시 확대를 독려해 왔는데, 다시 정시 확대로 기조를 바꾸더니만 1년 만에 또 정시 비중을 확대하라고 한다”며 성토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전형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교육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총 등 교육계도 정치권의 일방적인 판단이 교육 백년지대계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정시 확대에 일정 부분 찬성하고 요구도 해왔지만, 대학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금은 지난해 발표한 권고안에 따라 안착시켜 나가야 할 단계”라면서 “상향에 대한 논의는 교육부가 중심이 돼 대학, 학부모 등 의견을 수렴해 진행해야지, 대통령 등 정치권이 나서 규정하는 건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중심으로 학생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고소득계층에게만 입시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시 개편은 기회와 결과에 대한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던 대통령의 언행 불일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학부모단체인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공국모)은 “교육 당국에서 어떠한 학생부 개선책을 제시하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공정성 확보는 불가능하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공정한 수능 위주 대입 정시전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정아·김성훈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