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 지시에
금투협, 이르면 내달 출시키로
용두사미된 작년상품 재현 우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취임 첫 일정으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을 찾아 ‘소부장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금융투자협회가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출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작 자산운용업계는 난감한 표정이다. 지난해 기관 주도로 큰 규모로 조성했으나 수익률 하락과 투자자들 외면에 쪼그라든 코스닥 벤처 펀드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1000억 원 규모의 펀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국성장금융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손실의 최대 30%까지 보전된다. 운용업계에서는 “관련 업계만 투자해서는 리스크 관리도 수익률도 내기 어렵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 1호 관제 펀드’인 코스닥 벤처펀드에 이어 올해는 ‘극일(克日)’ 드라이브를 거는 정부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성인모 금투협 전무는 “일반 국민도 쉽게 투자해 우리 기업의 성장 과실을 공유할 수 있게 공모펀드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지난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당시의 일성과 다르지 않다. 은행 대출이 쉽지 않은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공모펀드가 담는 방식으로 이르면 오는 11월 출시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해 유명해진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와 다른 점은 상장기업뿐만 아니라 비상장기업에도 투자한다는 점이다.

금투업계에서는 특정 업종 종목만 담은 펀드가 작은 악재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코스닥 벤처펀드가 1년여 만에 용두사미가 된 상황에서 또다시 비슷한 ‘관제 펀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국민 투자를 유도했다가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오히려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더욱 외면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