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간 코스피 2.93% 하락
정부 기조에 따라 ‘코드투자’
국민 노후자금 관리는 뒷전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성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특정 기업에 대해 지분을 늘려 경영권에 개입하려 하는 시도에 이어 최근에는 정부 기조에 맞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대거 사들였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에 대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 수익률을 높이기보다 정부의 ‘코드 맞추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 기업 311개의 15일 현재 주가 상승률은 전 분기 말(6월 말) 대비 평균 -6.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93% 하락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인 상장 기업 수는 올 1분기 285개였으나 2분기 302개, 15일 현재 311개로 증가했다. 보유 기업의 주가 상승률 평균은 전 분기 대비 1분기 -7.33%, 2분기 -7.38%로 대체로 저조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1분기 4.88%, 2분기 -0.5% 수준이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국내 주식 수익률은 2.42%였다. 해외 주식 부문이 23.38%, 국내채권 4.49%, 해외채권 12.67%, 대체투자 5.47% 등의 수익률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정부 눈치만 의식해 기업의 경영권 개입 또는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정책 코드에만 맞춘 투자 행보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익률 자체가 훼손되면 결국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지 못할 부채를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세영·송정은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