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경영권 방어기제 훼손 행위”
경총·상장사協, 백지화 요구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이른바 ‘5%룰’ 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재계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둔 ‘제2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로 규정하고 ‘결사반대’에 나섰다.

17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개정안에 대해 “경영 개입의 인정 범위를 축소해 대량보유 주주와 경영자 간의 정보 대칭성과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기제를 훼손한다”며 백지화 요구 의견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역시 이날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은 사실상 어떠한 제약 없이 집중투표제 도입과 같은 정관 변경 주주제안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금융위에 전달했다.

‘5%룰’로 불리는 대량 보유 보고제도는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때 관련 내용을 5일 이내에 보고·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5일 ‘5% 대량 보유 보고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식 대량 보고 시 ‘경영권 영향 목적’과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 두 가지로 나뉘어 있던 기준에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면서도 공시 부담이 없는 ‘일반투자’ 영역을 신설한다. 기존 제도하에서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 투자가나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주주 활동으로 5∼10일 내에 상세 사안을 공시해야 했지만,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일반 투자자는 약식 보고, 공적 연기금은 월별 보고로 부담을 완화해준 것이다. 가령 국민연금이 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주주제안이나 주총 소집 요구가 쉬워지는 것이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302곳에 달한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이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치권에서도 개정 대상이 된 시행령 규정을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에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종석(자유한국당) 의원은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 “기업의 경영권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면서 시행령 규정인 5%룰을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에 담는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16일 발의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 추진을 철회하고 국회 법률 심사를 통해 입법 논의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