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기그 이코노미’로 고용 창출… 美 ‘최저실업률 기록’ 낳다

■ 기업이 주도하는 일자리 혁신

임시직 근로자와 기업 ‘매칭’ 우버워크스 등 ‘도시 운영체제’ 제시
플랫폼 기반 기업들 너도나도 ‘우버화’ 혁신… 미국의 유례없는 호황 견인

“우버는 이제 도시 생활에 꼭 필요한 운영체제(OS)가 되려 합니다.”

지난달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테크 데이(Tech Day)’ 현장. 세계적인 택시 호출 서비스 플랫폼인 우버가 기업의 미래 비전을 밝히는 자리에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버의 비전을 ‘시티 OS’라 설명했다. 애플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아이오에스(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도시의 운영체제가 되겠다는 것이다. 택시 호출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도시 경제와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이날 우버는 취재 중인 기자에게 자신이 개발 중인 미래 서비스를 여럿 소개했다. 그중에는 자율 주행차나 오는 2024년부터 상용화에 돌입할 하늘을 나는 택시인 ‘우버 에어(Uber Air)’ 등 미래 도시에 필요한 서비스도 포함됐다. 우버 측은 샌프란시스코의 새 본사에서 헬기(우버 에어)로 15분 거리인 산타클라라 선착장까지 날아가는 모습을 가상현실(VR) 기기로 보여주기도 했다. 멋진 미래 비전이다.

사실 우버의 오늘은 골치 아프다. 분기당 1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당장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우버 주가는 지난 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29.24달러로 상장 후 정점을 찍었던 지난 6월에 비해 35%나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는 수익성 부재, 상장 후 직원 주식 보상, 늦은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다. 우버는 혁신을 시작했다. ‘테크 데이’ 발표 다음 날 ‘시티 OS’를 향한 비전을 실행에 옮겼다.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우버 워크스(Uber Works)’ 서비스 전격 발표가 그것이다. 우버 워크스는 요리사나 청소업자 같은 임시직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와 연결하는 서비스다. 파트타임으로 필요한 일자리와 원하는 시간에 일하길 원하는 임시직 노동자를 매칭(matching)하는 앱이다. 시카고에서는 이미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 워크스는 기존 택시 호출 서비스와 같은 알고리즘으로 작동한다. 임시직 노동자들이 원하는 급여 수준, 보유한 기술, 신원 정보를 등록하면 고용주가 이를 보고 연락을 취한다. 우버는 고용자가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택시와 승객을 연결하고 음식점과 손님을 연결하는 데 이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유연하게 직원을 고용하려는 고용주를 연결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려 하는 것이다. 단순 택시 앱을 넘어 도시의 운영체제, 즉 ‘시티 OS’로의 비전인 셈이다.

그러나 우버 워크스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시티 OS’로서의 비전이나 추가 이익 창출 능력 이상의 것에 있었다. 첨단 알고리즘을 이용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더 많은 ‘기그(gig)’ 근로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고용주들이 몰리면서 일자리 및 고용 창출, 도시경제 활성화에 지대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버뿐만이 아니다. 리프트, 에어비앤비, 포스트 메이츠(배달 앱) 등 모바일과 인공지능(AI) 앱으로 운영하는 플랫폼 기반 기업들이 비슷한 사업에 뛰어들면서 많은 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거대 기업들이 도시 운영체제를 가동하는 일이 보편화하면서 모바일 결제가 일반화되고 시스템이 투명해졌으며 노동력을 제공하면 즉시 실시간으로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제공받게 됐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하는 시간을 고용주가 아닌 기그 근로자 자신이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일하기 싫으면 앱을 끄면 그만이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의 경제정책재단(Economic Policy Institute, www.epi.org) 연구에 따르면 우버는 연간 83만3000명의 기그 근로자와 계약을 맺는다. 일하기 싫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해지율도 높다. 우버에서 일하는 기그 근로자는 평균 3개월, 주당 17시간의 노동력을 제공한다. 우버는 택시 운전자가 많아야 매칭이 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인센티브로 상당 금액을 지불한다.

우버로 대표되는 기그 이코노미의 확산에는 경제 사회적 배경이 있다. 인공지능이 각 부분에 영향을 미치면서 정규직·사무직 중심의 일자리가 유연하게 바뀌고 있고, 밀레니얼·Z세대들은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를 선호한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대가를 받고 싶어 하며 자신의 ‘선택’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각 회사의 업무가 칸막이 조직에서는 해결할 수 없고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시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는 것도 그 배경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각 기업 내에서도 ‘경영과 노동의 우버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기그 이코노미 확산은 거시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미국의 기록적인 저실업률을 끌어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의 9월 실업률은 3.5%로 1969년 12월 이후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제가 일부 위험에 직면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라며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은 워낙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지만,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마자 경기침체가 호전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경제는 하나의 원인으로만 작동하지 않으며, 저물가와 저실업 상태가 유지되는 게 ‘경영과 노동의 우버화’에 따른 기그 이코노미 정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개인사업자 및 계약직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영과 노동의 우버화’에 따른 고용이 실업률 저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들은 임금 안정성이나 고용 안정성은 다소 낮을 수 있다. 연금 혜택도 없기 때문에 노후도 불안하다. 그러나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우버 기사와 같은 주문형 플랫폼 노동자의 법 지위를 독립계약자(개인사업자)에서 피고용인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법인 ‘AB5(Assembly Bill 5)’를 통과시킨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이 법안의 도입 취지는 기그 근로자의 노동 형태가 사이드잡 수준이 아니라 정규직 수준으로 일할 경우 플랫폼 업체가 이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제대로 된 임금과 처우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선 기업이 혁신경제의 주체가 돼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이끌어간다. 민간이 움직이면 정부는 그걸 보완해주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사회 변화와 경제 구조 변동에 적응한다. 우버 같은 민간 기업이 사회 요구에 맞춰 기그 이코노미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고, 정부는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적 보완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원인을 한두 가지로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버의 예를 보듯 기업가 정신과 도전과 혁신으로 다져진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를 만들어가고 정부가 그걸 지원함으로써 함께 국가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실리콘밸리에는 그런 우버를 닮은 기업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손재권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경제 미디어 ‘더 밀크(The Miilk)’ 창업△문화일보 기자 △매경 실리콘밸리 특파원 △‘더 밀크’ 대표(현)

■ 세줄 요약

우버의 혁신 = 우버, 택시 호출 서비스를 벗어나 ‘우버 워크스’를 통해 임시직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와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 기업과 근로자를 매칭하는 앱 서비스 통해 기업도 살고 고용 창출 효과를 보게 됨.

‘기그’ 경제의 활성화 = 첨단 알고리즘을 이용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일자리 창출과 도시경제 활성화 등 기그 이코노미가 활성화하고 있음.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경제 = 실리콘밸리는 ‘경영과 노동의 우버화’가 보편화하는 추세. 기업이 혁신경제의 주체가 돼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어가는 것.

■ 용어 설명

시티 OS = 우버는 기업이 도시경제와 생활 전반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시티 OS’라고 명명했다. 이는 인간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해 주는 운영체제를 OS라 부르는 것에서 따온 것이다.

기그 이코노미 = ‘기그(gig)’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임시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인력을 뜻한다. 과거 재즈 공연 계약을 맺는 연주자를 이렇게 불렀는데, 경제학자들이 최근 이 개념을 차용해 사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