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조국 파면’ 연대투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조국(법무부 장관) 파면과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 결성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黃, 反문재인연대 어젠다 띄워
본격적 정계개편 착수 해석

바른미래 ‘보수 혁신이 전제’
내부 ‘공조는 가능’ 목소리도

친박계, 탈당파에 부정적 입장
‘야권발 개편’현실화는 불투명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범야권을 향해 ‘조국(법무부 장관)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보수 통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 강행을 계기로 보수 진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황 대표가 추석 연휴(12∼15일)를 앞두고 ‘반문(反文·반문재인) 연대’라는 어젠다를 띄워 본격적인 정계 개편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여전히 보수 혁신을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실제 야권발 정계개편이 현실화할지는 불분명하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연대를 제안하고 곧바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 협조를 요청했다. 황 대표는 ‘손 대표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조 장관 문제가 아니겠냐”며 “그 문제에 관해서 뜻을 같이하는 정당들이 함께 힘을 합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큰 방향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고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를 해보기로 했다”며 “또 지금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좀 더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사실상 정계개편을 위한 ‘초석 다지기’란 해석이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을 계기로 국민의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며 “황 대표는 이런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보수 통합이 꼭 필요하고 자신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황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당장 통합 논의는 시기상조지만, 조 장관 임명 철회 등 문재인 정권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황 대표의 제안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저쪽하고 특별한 공감은 없었다”면서도 “조 장관 문제를 해결해서 임명을 철회하고 원점으로 돌리는 그런 일을 위해 시민과 정당들, 그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 같고, 그렇다면 말한 대로 협력을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조 장관 사태로 형성된 두 당 간 공조 전선이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보수 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반문연대 및 통합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며 “조 장관에 대한 분노를 발판 삼아 자연스레 보수 정치권이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중진 의원도 “황 대표가 장외집회 등으로 대여 투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이슈를 계기로 보수 통합이란 정치적 움직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원내에서도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 강행을 계기로 범야권 공동전선 구축에 나서는 등 한층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두 당은 조 장관 임명 강행 사태와 관련, 이날도 국정조사와 해임건의안 제출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다만 손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바른미래당 내 당권파는 조 장관 퇴진을 제외한 한국당과의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고,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역시 탈당파에 대해 여전히 적대적이어서 ‘반(反)조국 연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당 내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연대가 통합으로까지 이어지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병철·손고운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