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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사회부 차장

법무부는 영어로 ‘Ministry of Justice’로 표기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저울에서 따온 부처 상징체계도 갖고 있다. 이런 법무부의 장관이 되고 싶어 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평소 ‘정의’라는 가치에 천착해왔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21세기 북스)라는 책을 썼고, 미국 여성정치철학자인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차이의 정치와 정의’(모티브 북)를 공역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5년 2월 11일 한 인터넷언론사 주최로 열린 고전 강의에서도 주제를 ‘정의론’으로 정했고, 이 분야 선구자로 불리는 존 롤스(John Rawls)를 소환했다. 그는 롤스의 제2원칙이 롤스 사상의 본질이라고 강조하면서 “최소 수혜자를 배려하는 불평등은 정의롭다”고 설명했다. 롤스의 제2 원칙은 그의 설명처럼 이른바 ‘차등의 원리’이자 ‘기회균등의 원리’를 강조한다. 쉽게 말해 자본주의에서 굳이 생산물을 평등하게 나눠줄 필요는 없지만, 굳이 나눈다면 가장 어려운 계층에 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제기된 조 후보자와 그 가족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면 그의 삶의 궤적은 그가 롤스의 제2원칙에서 강조한 가치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교생 신분으로 2주 만에 SCIE급 의학논문에 등재되는 인턴십을 포함해 평범한 부모들이 해줄 수 없는 인턴십을 대학입학과정에 활용했다. ‘금수저 스펙’ 경쟁의 전형이었다. 외고-명문대-의학전문대학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 학기만 다녔는데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두 번이나 유급하고도 여섯 번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받아야 할 장학금을 받아 갔다.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런 모습은 그래서 기회균등에 맞지 않는다.

롤스는 책에서 “기회균등의 원리는 가족이라는 일정한 형태가 존재하는 한 오직 불완전하게만 이뤄질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딸의 SCIE급 논문 등재, 장학금 수령, 가족 펀드 의혹, 웅동학원 운영 등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그도 가족이라는 이해관계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또 이 강의에서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발간을 계기로 일어난 한국의 정의 열풍이 법과 제도의 열풍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샌델이 사라지고 누가 왔느냐? 김보성(의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이 왔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법과 제도를 떠나서 사적으로 나한테 잘하고 챙겨줄 때 ‘의리 있다’고 한다”면서 “결국 우리는 ‘정의를 갈망하다가 정의가 법과 제도로 되지 않으니 의리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에서 연상되는 것은 조 후보자를 무턱대고 엄호하는 세력들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국 위선자라는 말은 다 헛소리”라고 말하고, 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의 문제를 제기하는 촛불집회 대학생들을 향해 “뒤에서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그런 것이라 본다”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유 이사장 같은 이들이야말로 조 후보자가 말한 ‘김보성식 의리맨’에 불과하다. 사회 각종 이슈에 목소리를 냈던 이른바 ‘개념 연예인’들이 조 후보자 의혹에 침묵하는 것도 정의보다는 의리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