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뚝딱뚝딱 봉사단’ 소속 학생들이 지난 8월 31일 서울 성동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의 하나로 천장에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뚝딱뚝딱 봉사단’

소외층 집돌며 도배로 첫발
올해까지 4번째 주거 개선
작년엔 수리중 여행 지원도
건축일 하는 30~40대 학생

직접 설계하고 용접·배선도
주말까지 시간 쪼개 강행군
“우리집도 수리를”요청 빗발

지난 8월 31일 서울 성동구 한 주택가. 정적이 감돌던 골목 안은 순식간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건장한 체격의 봉사단원 수십여 명이 조그마한 집 앞에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이 내는 힘찬 망치질과 날카로운 드릴 소리가 골목 안을 가득 채웠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낡은 다세대주택에 가구가 들어오고 튼튼한 새 창이 생겨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인 이들은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뚝딱뚝딱 봉사단’이다.

봉사단은 이날부터 1일까지 이틀 동안 성동구청 측과 함께 어려운 이웃의 주거 빈곤 문제 해결을 돕는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모두 재능기부 형태로 이번 활동에 참여했다. 수리에 필요한 재원은 학교 측과 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부금으로 마련됐다. 건축에 필요한 자재 외에 집에 들어갈 가재도구 일부는 성동구청 측에서 지원해 줬다.

이미지 크게보기 용접마스크를 쓴 학생이 절단기를 이용해 난간 설치에 사용할 자재를 재단하고 있다.

이날 봉사단이 주거환경 개선을 도운 가구는 어머니와 딸 네 명이 함께 사는 조그마한 원룸이었다. 다세대주택 3층에 있는 16㎡(5평) 남짓한 방으로, 작은 방에 부엌과 화장실이 붙어 있는 구조다. 다섯 명이 살기에는 턱없이 열악한 집이다. 다급한 사정에 구한 집이어서 봉사단이 오기 전까지 이들 모녀는 플라스틱 수납박스를 층층이 쌓아놓고 한여름을 지내야 했다.

봉사단은 전날 오후 집을 방문해 새로운 창틀을 다는 작업을 마치고 이날 오전 방 한쪽에 붙박이장을 짜 넣었다. 불이 들어오지 않던 현관 앞에는 등을 달았고, 어른 무릎보다 조금밖에 낮지 않아 위험해 보이던 계단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난간을 설치했다. 개인 공간이 없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 옥상에 앉아 쉴 수 있도록 벤치를 놓는 세심함도 보였다.

이런 봉사단을 꾸릴 수 있었던 데는 한양사이버대학교만의 특성이 한몫했다. 한양사이버대는 일반 4년제 대학교와 같은 학부과정으로 인정되지만, 이미 수년간 사회생활을 한 30~40대도 지원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의 경우 건축 현장에서 기술을 갈고닦은 만학도만 해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올해 봉사활동에는 건축사가 있어 직접 설계를 담당하기도 했다.

실제 용접과 배선 작업을 해 본 학생들은 집수리 과정에서 난간을 만들고, 등을 다는 데 매우 능숙한 모습이었다. 다른 학교 학부생들의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이 장판을 갈고 도배를 새로 해주는 정도라면, 뚝딱뚝딱 봉사단은 전문적인 수준의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날 봉사활동을 벌인 5인 가족 모녀의 집은 봉사단의 도움을 받은 네 번째 가정이다. 지난해 두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펼친 뚝딱뚝딱 봉사단은 올해도 성동구청과 함께 저소득층 가정들을 모니터링한 뒤 두 가구를 선정해 봉사활동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8월 중순에 실시한 세 번째 가구는 한 부모 가정에 사는 여고생의 반지하 방이었다. 물이 차지 않도록 바닥을 새로운 공법으로 다시 설치했다. 목공 재주가 좋은 봉사단원들은 침대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봉사단은 소외계층의 마음을 보듬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봉사활동을 펼친 두 번째 가구에서는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으로 가족들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지원해 줬다. 평생 단 한 번도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는 사연 때문이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최경희 학생(2018학번)은 “실무 현장에서 체득한 비결과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합쳐져 재능기부 형태로 소외된 이웃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뚝딱뚝딱 봉사단의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은 2017년 겨울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이 학교 학생이 외부 봉사활동에 착안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당시에는 장판을 교체하거나 도배를 해 주고 약간의 쌀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이 모임에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학생이 함께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실제 배운 것을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의 실천’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듬해 여름에 첫 번째 가구와 두 번째 가구의 봉사활동을 진행하면서 올해까지 이어졌다.

여옥경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학과장은 “일을 하다 보면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어떤 학생은 ‘그만하라’고 말려도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마감이 허술한 것을 봐 줄 수 없다며 끝까지 한다”며 모두 책임감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봉사활동의 특성상 어려운 점도 있다. 지난해 주거환경 개선 활동 소식이 일부 전해지자 어려운 가정에서 전화를 걸어와 봉사활동을 요청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적당한 가구를 찾는데도 성동구청 측과 조건을 맞춰 보고 일일이 실사를 다녀야 한다. 더운 날씨와 공사현장의 먼지 등은 물론이고, 일부 학생은 본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와중에 주말 시간까지 쪼개 봉사활동을 하는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여 학과장은 “재능기부에 초점을 맞춘 봉사활동이어서 자칫 취지와 달리 민폐를 끼칠까 봐 늘 조심한다”면서도 “현장 특성상 지방자치단체와 비정부기구(NGO)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