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돌린 시민단체와 청년들

“교묘히 法이용 특권 누렸는데
법무장관 되겠다니 아이러니”

“모른단 말 하려고 회견 열었나
文정부 도덕적 권위 무너질것”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과 일가에 관한 핵심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모습을 지켜본 시민사회는 ‘부실한 해명’이나 ‘토크쇼’ 등의 단어를 써가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던 조 후보자가 언행불일치 행태를 보이며 법망을 피한 특권을 누려온 만큼 법과 원칙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양홍석(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등 의혹 해명에 대해 “조 후보자가 자세히는 몰랐다고 하더라도 10억 원이 넘는 집안의 돈을 누가 움직이는지 확인 정도는 했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명백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양 소장은 또 “사모펀드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그냥 가족들이 돈을 모아 운영하는 ‘직접 투자’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양 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돼 명백히 해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기자간담회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조 후보자는 권력기관 개혁과 사법개혁의 사명 때문에 장관 후보자로 나왔다고 하지만, 국민 눈에 정작 개혁 대상으로 보이는 사람은 조 후보자와 그 집안”이라며 “국민이 공직자에게 바라는 것은 도덕성과 자질인데, 조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가짜뉴스’로 몰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 후보자가 딸의 장학금 문제를 해명하며 ‘장학금이 남아서인지…’란 표현을 쓴 데 대해서도 박 실장은 “과연 평범한 집안 청년들에게도 장학금이 남아서 돌아올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도 “전혀 반성의 느낌이 들지 않고, 청년들이 더 분노할 것 같다”며 “‘모르겠다, 내가 한 게 아니다’란 조 후보자의 태도가 청년들의 마음을 더 후벼 판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백경훈 청사진(청년이 사회의 진정한 원동력) 공동대표는 “관련 의혹의 진상이 소상하게 밝혀지지 않아 아쉬웠고, 토크쇼를 보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뻔한 이야기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현 정부의 도덕적 권위는 철저하게 무너질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지난 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던 젊은 세대에서 실망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정치공동체 ‘너머’의 양지혜 공동대표도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 ‘결과의 공정함’을 말했는데,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었는지 느끼고 있다”며 “법을 이용해 교묘하게 자신의 특권을 유지해왔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된다는 것에 대해 아이러니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은 “뚜렷한 입장이 없다”거나 “(법무부) 장관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 등 말을 아꼈다.

조재연·서종민·최지영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