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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존 매케인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믿고 실천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그의 유산을 되살리면 미국은 정치 분열을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보수주의 품격의 상징이었던 존 매케인(1936∼2018) 상원의원 타계 1주기를 맞아 부인 신디 매케인(65) 여사가 ‘해시태그 품위 있는 행동(# ActsOfCivility)’ 캠페인을 기일인 25일에 맞춰 벌이고 있다. 그는 최근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심각한 정치 분열을 넘어서기 위해 의견이 다른 이와도 늘 대화를 했던 남편의 유산을 되살리기 위해 이 운동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매케인 연구소가 주관하는 ‘# 품위 있는 행동’ 캠페인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생각이 다른 친구 및 가족과 대화하기, 다른 시각에 대해 배우기, 다른 의견 경청하기, 생각이 다른 이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슈 찾기, 타인과 음식을 함께하는 모임 참여하기, 이웃의 도움에 감사 표하기,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참여 등 웹사이트에 제시된 것을 실천한 뒤 SNS에 올리면 된다. 이후 수백 명이 SNS에 참여 후기와 함께 매케인 추모 글을 올렸다. 공화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캠페인 참여 후 트위터에 “내 친구 매케인은 반대편에 선 이들에게 다가가길 주저하지 않았고, 늘 자신이나 당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한 지도자”라고 썼다.

매케인은 2000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패했고, 2008년 대선 때엔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대선에서 늘 졌지만 이기기 위해 편법을 쓰지 않았다. 2008년 대선 유세 때 한 중년 여성이 오바마를 무슬림이라며 비난하자 “아닙니다. 부인(No, Mam)”이라고 운을 뗀 뒤 “오바마 후보는 저와 다른 견해를 가진 경쟁자일 뿐 적은 아니다”라고 말해 감동을 줬다. 그는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타계하기 직전 펴낸 회고록 ‘쉼 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작은 차이를 놓고 끝없이 싸운다. 그러나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훨씬 많다”며 상호 이해를 당부해 미국민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매케인식 정치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여의도 정치판은 워싱턴보다 훨씬 심각하다. ‘품위 있는 행동’ 캠페인은 한국에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