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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전국부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터져 나온 여러 추문(위장전입, 아내와 동생의 전 부인 간 부동산 위장거래 의혹, 딸의 인턴경력 조작·논문저자 허위 등재 등으로 고려대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입학 의혹 등)을 보면서 한 가지는 이해가 됐다. 서울대 법대 교수를 하며 진보지식인으로 행세하던 조국 씨가 민정수석이 된 뒤 드러난 형편없는 업무능력의 이유가 납득이 됐다는 말이다.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청문회에 올라온 수많은 장관·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위장전입·논문표절·부동산 과다보유·불법적 주식거래로 비난을 받았고 그때마다 ‘민정수석은 왜 검증을 제대로 안 할까’ 하는 의문이 많았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는 사람이 많다. 검증하는 조국 자신이 이 모든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고, 그래서 남들의 문제를 지적하기 민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조국의 행태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건, 살아온 과정과 말해 온 내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어제 위장전입을 하고 오늘 “위장전입은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판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국은 드러난 것만 여러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는 명백한 불법인데도 조국은 너무도 당당하게 공직 임명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 기준이란 게 자기가 민정수석 때 만든 것으로 2005년 이전의 위장전입과, 이후라도 2회 이상이 아닌 위장전입은 눈감아 준다는 것인데, 자신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거다. ‘셀프 면죄부’도 문제지만, 위장전입 하나만으로도 검찰 수사와 법무행정을 지휘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IMF 외환위기 사태를 지적하며 “수많은 사람이 직장과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던 조국은 이 시기에 아파트를 헐값에 두 채나 사들였다. 외국어고가 있는 집 자식들의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자기는 아들·딸 모두 외고에 보냈다. 장학금 지급기준은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자기 딸은 공부도 못하고 부모의 신고 재산만 56억 원인데, 장학금을 독식했다. 세상일에 참견하느라 바빠 자식이 유급하는지, 장학금을 받는지 몰랐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이중인격, 위선이라는 말로도 그 정신구조가 잘 설명이 안 된다.

‘조국 사태’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청와대와 여당 수뇌부, ‘문빠’ 지식인들이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직후 이뤄진 검찰 간부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얼마나 양두구육이고 구두선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지독하게 한 검사들이 벼락출세하고 반대로 현 정권이 연루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제대로 한 검사들은 좌천돼 옷을 벗었다. 최고의 검찰개혁은 대통령이 검찰인사에서 손을 놓는 것이다. 검사 인사에 일일이 개입, 정권 입맛대로 검사를 발탁하거나 내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명정대하게 수사하라고 하는 건 위선이자 사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고, 경찰에 수사권을 주면 ‘정권 입맛대로 하는 수사’는 더 심해질 것이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