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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개장국’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보신탕’으로 바꿔 말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개장국’이 ‘보신탕’에 밀려 세력을 잃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장국’은 개고기를 먹은 역사와 함께해 온 뿌리 깊은 말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개장국’은 17세기 문헌인 ‘음식디미방’에 와서야 ‘개쟝국’으로 처음 보인다. 이 책에는 ‘개쟝국’과 더불어 ‘개쟝’도 보이는데, 이로써 ‘개쟝국’이 ‘개쟝’과 ‘국’이 결합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개쟝’의 ‘개’는 ‘狗’의 뜻이고, ‘쟝’은 한자 ‘醬’이다. ‘음식디미방’에서는 ‘개쟝’을 ‘삶은 개고기에 양념을 한 것’으로 쓰고 있다. 최남선도 ‘조선상식’(1948)에서 ‘개장’을 ‘팽구(烹狗·삶은 개고기)에 자극성의 조미료를 얹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쟝’을 고아 끓인 국이 바로 ‘개쟝국’이다. ‘개장국’을 ‘개’와 ‘장국’의 합성체로 보고 ‘개고기를 된장으로 끓인 장국에 말아 먹는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설명하기도 하나 미덥지 않다.

‘개장국’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이었을 것이나 문헌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이후 문헌에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개장’도 ‘개장국’의 의미로 쓰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의미의 ‘개장’은 ‘개장국’에서 ‘국’이 생략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개장’이 ‘개장국’의 의미를 띠면서 ‘삶은 개고기에 양념을 한 것’이라는 본래 의미는 사라졌다.

‘개장국’은 1950년대 초 ‘보신탕(補身湯)’이라는 말이 등장하자 ‘개고기를 끓인 국’을 뜻하는 대표어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신탕’이라는 완곡한 표현이 등장한 것은 ‘개장국’이 혐오 음식이 되자 그 명칭까지 꺼리게 돼 새로운 단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보신탕’으로도 혐오감이 불식되지 않자 ‘영양탕(營養湯)’이라는 좀 더 에두른 표현까지 만들어졌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