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방위비 받는게 월세 받기보다 쉬워”

北 김정은 친서 거론 통해
연합훈련비용문제도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터무니없고 비싸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향후 한·미 연합훈련 개최나 규모에 또다시 변화를 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일단은 올 연말 끝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앞둔 압박용 발언으로 풀이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미·북 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훈련 축소 선언처럼 ‘깜짝 발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일 미 일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뉴욕에서 개최된 대선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해 어린 시절 부친과 함께 임대료를 수금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뉴욕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 해당 행사는 뉴욕의 주요 부동산 사업자 500여 명이 참석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자금 모금 행사장에서 자신의 협상 수완을 자화자찬하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 비용 문제를 또다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이번 주 아름다운 서한을 받았으며, 친서에서 단거리 미사일 시험에 대한 작은 사과를 했다”고 두둔한 뒤 “김 위원장의 친서에 터무니없고 비싼 훈련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의 비용 문제를 우회적으로 제기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훌륭한 TV를 만들고 번창한 경제를 갖고 있는데 우리가 왜 그들의 방위를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추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훈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 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설명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거친 회담 과정을 소개하며 그의 억양을 흉내 냈다”며 “그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을 놀리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서는 애정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비판을 받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우호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문 대통령은 조롱한 것은 외교 관계 역시 철저히 경제 논리로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