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청구서 날아올 게 뻔하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에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 차장은 지난달 일본의 대(對)한 수출 규제 문제가 발생한 직후 미국을 전격 방문해 미 행정부 고위 관료와 상·하원 의원을 만난 바 있다.

김 차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 본인의 7월 방미와 관련해 “미국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요청하겠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장은 “과거 우리가 중재 요청을 해서 거절당한 후 결과가 안 좋았던 전례가 있다”며 “미국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관여’할 것이고, 무장한 일본 위주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하겠다고 하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김 차장 등 한국 고위 관계자의 방미 이후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가 등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김 차장은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국내에서 영향을 받는 품목은 ‘한 줌’이라고 평가했다. 김 차장은 “검토해 보니 지금 전략물자가 일본에서 1194개가 되는데,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게 몇 개인가 봤더니 손 한 줌 된다”며 “구체적인 숫자는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제2의 한일 경제병합’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반대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김 차장은 “당시는 핵심 장비 분야에서 일본과 기술적 격차가 너무 컸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가 (한·일 FTA를) 안 하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고 말씀드리고 한·일 FTA 협상을 깼다”고 했다.

김 차장은 당시 반대했던 이유로 일본과의 기술 격차 외에 비관세 무역장벽, 정한론을 주장하는 세력 등 3가지를 언급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