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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준열

이름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
더 많은 관객들에 전달됐으면

해진 형 덕분에 촬영현장 유쾌
산비탈 잘달리는 산신령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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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사진)는 전국 팔도에서 모인 이름 모를 독립군들이 일본군을 봉오동 죽음의 계곡으로 유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린 시절 일본군에게 동생을 잃고 독립운동에 나선 황해철 역은 배우 유해진이 맡았으며 류준열이 냉철하게 독립군을 이끄는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했다. 두 배우의 유연하면서도 절제된 연기가 영화의 재미와 함께 무게감을 더해준다. 흑백 포스터에 나온 두 배우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이들을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부르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두 배우를 만나 서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택시운전사’(2017) 때는 유해진 ‘선배님’이었는데 ‘봉오동 전투’를 끝낸 지금은 유해진 ‘형’이 됐어요.”

류준열(사진)은 지난 2015년 데뷔 이후 영화에서 유해진과 두 번 만났다. ‘택시운전사’에선 군부에 맞서 광주를 지켰던 평범한 대학생과 택시기사로, 이번엔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독립군 전우로 호흡을 맞췄다.

“‘택시운전사’ 때는 같이 마주할 시간이 짧았죠. 홍보도 함께했는데 낯도 가리고 서로 좀 어색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무심한 듯하면서도 잘 챙겨주시는 스타일인 거예요. 재미있고 따뜻한 형이라는 걸 알고는 무척 가까워졌습니다. 요즘은 가장 자주 만나는 형이에요.”

유해진 때문에 류준열이 연기한 이장하는 더욱 강렬하게 빛날 수 있었다. 이장하는 누이의 죽음에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시종일관 얼굴에 비장함이 흐르고 감정적으로 빈틈이 없어서 무거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유해진은 특유의 유머와 파트너십으로 류준열의 연기에 숨통을 틔워줬다.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주셔서 저도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촬영장의 누구보다도 빨리 뛰었어요. 저도 뛰는 거라면 자신 있지만 산비탈에서 달리는 건 유해진 형이 최고였어요. 산신령 같은 분이었죠.”

사실 류준열로서는 이번 영화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항일(抗日) 또는 반일(反日) 정서가 짙은 작품이어서 한류를 바라보는 배우로선 부담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와 닿는 게 있었고 원신연 감독님이라서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시절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배우로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한 것 같아요. 이런 항일 영화에 출연하면 한류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었고, 나중의 일이라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마침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하면서 한·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냉랭한 상황. 이게 아무래도 영화의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영화는 지금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오랜 시간 준비돼왔던 것인데 혹시 이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개인적으론 숫자로만 남은 이름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합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운다는 게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국찢남’이라는 표현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배우는 원래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연기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국사책을 찢고 나온 사람 같다면 그거야말로 최고의 칭찬 아닐까요?”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