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미국 뉴욕대 사무실에서 ‘인공 무(無)지능’의 저자 메러디스 브루사드 교수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어두운 면을 추적 보도하는 새로운 취재 기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⑨ 뉴욕大 카터 저널리즘연구소 브루사드 교수

로봇이 금융·스포츠 기사 작성
알고리즘 신뢰성 비판적 검증
AI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 안돼

컴퓨터는 저널리스트 대체못해
언론인, 데이터 과학 무장 필요

대중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전통적 언론윤리로 구분지어야

“첨단 기술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알고리즘을 감시하고, 불평등한 지점이 있는지 주시하고, 기술 업계 내부의 편견을 줄여 인공지능(AI)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메러디스 브루사드 미국 뉴욕대 카터 저널리즘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인공 무(無)지능’을 “테크놀로지의 한계를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라고 표현했다. 그의 전공은 컴퓨터 저널리즘(computational journalism), 알고리즘 책무(責務) 보도라 불리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한 분야다. 지난 6월 뉴욕대 사무실에서 만난 브루사드 교수는 컴퓨터과학자에서 저널리스트로 변신한 경력답게 AI를 맹신하는 풍토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데이터 과학으로 무장한 언론인들이 어느새 사회를 지배하게 된 알고리즘의 한계와 어두운 이면을 파헤쳐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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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첫째, 알고리즘 책무 보도(algorithmic accountability reporting)다. 사람의 결정을 돕는다며 널리 보급된 AI 알고리즘을 조사하는 취재 기법을 말한다.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둘째, 탐사보도를 위해 직접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취재 방식이다. 심층 보도를 위해 저널리스트가 취재용 알고리즘을 짜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 자동 뉴스작성이다. 로봇 저널리즘이라고도 한다.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AP 등이 채택해 벌써 금융·스포츠 기사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컴퓨터과학자에서 언론학계로 옮기게 된 계기는?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컴퓨터과학자를 그만뒀다. 미국에서 컴퓨터과학은 성차별주의가 팽배한 분야다. 그곳에서 여성으로서 경쟁이 어려웠고 행복하지 않았다. 2006년 컴퓨터과학과 저널리즘이 합쳐진 데이터 저널리즘에 빠지게 됐다. 전에는 정밀 보도(precision journalism), 컴퓨터 지원 보도(computer assisted reporting·CAR)로 불리던 분야다. CAR 연구가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사용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CAR 시절에는 데이터베이스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는 정도였다.”

―AI 알고리즘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이 도래했다. 인간 기자는 어떤 보도에 더 집중해야 할까.

“자율 시스템과 인간·기계 협동 모델(human-in-the-loop model)을 분리해 보는 게 중요하다. 오랫동안 자율 저널리즘(autonomous journalism)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존재해 왔다. 컴퓨터가 모든 기사를 작성하고 인간 저널리스트들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점이 온다는 생각 같은 것 말이다. 많은 이가 컴퓨터가 모두를 대체하면 더 빠르고 효율성이 오를 것이라는 무의식적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컴퓨터와 인간이 협력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와 연구가 많다. 환상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온라인 매체는 아예 어젠다 세팅부터 크라우드펀딩처럼 독자(대중)의 선택에 맡긴다. 구독자가 가장 원하는 주제를 취재하는 식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변화인가.

“내 책에서 말한 주제 중 하나는 바람직한 것과 대중적인 것의 차이다. 만약 우리가 대중적 보도에만 집중한다면, 뉴스는 연예계 가십으로 가득 차고 시리아에서 벌어진 끔찍한 소식은 사라질 것이다. 저널리스트는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것, 들을 필요가 있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전통적으로 언론기관들이 지켜온 의무다. 대중이 요구하는 데이터만 따른다면 사람들은 늘 자신이 원하는 것만 듣고 결국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뉴욕(미국) = 글·사진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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