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또 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것은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멸망을 피하려면 항복하라’는 겁박(劫迫)을 더욱 강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6일 전인 지난 25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남조선 당국자’를 향해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지난해 4월과 9월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경고했고, 이를 전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그 취지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북한의 이런 경고와 도발은 그저 흘려버려도 될 정도로 의례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에 쏜 미사일은 비행 거리 약 250㎞, 고도 약 30㎞라고 밝혔다. 한국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 지난 5월 4일과 9일, 그리고 지난 25일 발사한 미사일들은 이른바 저고도에다 ‘풀업 기동’ 등 요격 회피 비행까지 하는 ‘이스칸데르급’이어서 사드나 패트리엇(PAC)-3 등 현재 한국의 요격 체계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압도적 견해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25일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군의 요격 범위에 들어가 있다”고 애매하게 주장했지만, 요격 범위와 요격 가능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김 위원장의 ‘경고’는 한·미 연합훈련과 F-35A 스텔스기 도입 등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이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보이자 재협박에 나섰다. 추가 협박도 예상된다. 이런 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나 생화학 무기를 장착하면 치명적이다. 북한은 이미 그런 전력(戰力)을 과시하면서 ‘핵 갑질’을 하고 있다. 결국 ‘핵을 핵으로’ 억지하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독자적 핵무기 개발과 보유, 전술핵 재도입, 미국 핵잠수함 등의 한국 주변 상시 배치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현실은 그 반대다. 한·미 동맹은 연합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갈수록 형해화하고, 미국의 핵우산도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할 정도다.

미국 국방대학 보고서에 ‘한·미·일 핵 관리 공유 방안’이 소개됐다.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지 않고 핵 보유 효과를 가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