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 식물은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먹고 자란다. 삼복더위의 강렬한 자외선을 받아야 약성이 고조된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이 7월의 제철 농식품으로 선정한 아로니아(aronia)다.

요즘 과일에선 베리류, 채소에선 배추과(십자화과)가 웰빙 식품으로 뜨고 있다. 베리류라고 하면 다수가 블루베리·스트로베리·라즈베리·블랙베리 등을 우선 떠올린다. 아로니아는 명칭에 ‘베리’가 없지만 베리류의 일종이다. 별명엔 ‘베리’가 따라붙는다. 덜 익은 아로니아를 새가 먹으면 바로 기절한다고 해서 초크베리(chokeberry)다. 실제로 덜 익은 아로니아의 떫은맛은 새·들짐승을 질식시킬 정도다. 레드 초크베리·블랙 초크베리·퍼플 초크베리도 색깔만 다를 뿐 모두 아로니아다. 유럽 왕실에서 약으로 자주 사용해 ‘킹스베리’(King’s berry)라고도 불린다.

아로니아는 폴리시 패러독스(Polish Paradox·폴란드인의 역설)의 원인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결이 포도주라면 폴리시 패러독스의 비밀은 아로니아인 셈이다. 폴란드인은 전통적으로 육류 위주의 짜게 먹는 식습관 탓에 동맥경화·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에 많이 걸렸다. 그 대책으로 폴란드 정부는 1970년대부터 아로니아 섭취 권장·홍보 활동에 나섰다. 이후 폴란드인의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대폭 낮아졌다는 것이 폴리시 패러독스의 핵심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듯이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카테킨(타닌)·클로로겐산(酸) 등 떫은맛과 쓴맛 성분은 약성이 뛰어나다. 아로니아는 ‘블랙푸드’다. 검붉은 색소이자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과일·채소 중 가장 풍부하다. 유럽식품안전처(EFSA)는 아로니아(생과)의 하루 권장 섭취량인 9∼15g에 든 안토시아닌 45∼60㎎을 매일 섭취하면 항산화 효과는 물론 혈관 보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로니아엔 덜 익은 감·녹차의 떫은맛 성분인 카테킨도 많이 들어 있다. 카테킨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앤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는 것을 막아 혈관을 깨끗하게 하므로 동맥경화 예방에도 이롭다. 폴란드의 한 대학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 아로니아를 2개월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의 혈압·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8% 감소했다. 감처럼 아로니아를 숙성시키면 카테킨은 대부분 사라진다. 떫은맛이 싫다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거나 주스·잼·샐러드로 섭취하면 좋다.

커피의 대표 항산화 성분으로 통하는 클로로겐산은 위 속의 음식물을 빠르게 장으로 내려보낸다. 장의 포도당 흡수를 막아 혈당을 낮추고 체중감량에도 이롭다. 아로니아의 3대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카테킨·클로로겐산은 면역력 증강도 돕는다. 항산화 성분은 우리 몸에서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눈의 노화를 막는 데 유용하다. 특히 안토시아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눈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망막세포에 존재하는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 시력 저하를 막고 백내장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부작용도 있다. 아로니아를 과다 복용하거나 원액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구역질·복통·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위궤양·십이지장궤양 환자도 피하는 것이 좋다. 아로니아가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