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9%, 국내총생산(GDP)의 7.8%를 차지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였지만, 반도체를 빼면 1.4%에 불과할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 분석도 있었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이 22% 급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출에서의 비중은 17.5%에 이른다. ‘반도체=한국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내외 악재에 정책 실패까지 겹쳐 추락하는 한국경제에 SK발(發) 반도체 위기가 더해졌다. SK하이닉스는 25일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9% 줄어든 637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히면서 D램 감산(減産)과 투자 재검토 계획을 공식화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년 만에 10분의 1 토막 나고, 하반기엔 적자까지 예상될 정도로 공포가 심화하자 11년 만에 ‘감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지난 3월 세계 3위 메모리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감산을 발표한 데 이어 2위 SK하이닉스까지 가세하면서 세계 1위 삼성전자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은 아직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조 단위 적자를 보는 반도체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걸 보면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장기불황은 상수(常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손 놓고 반도체 경기 회복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 투자 활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2019년 세법 개정안에서 밝힌 ‘찔끔 감세(減稅)’가 아닌 법인세 인하 같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세금주도성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재정을 퍼부어 경제를 성장시켜보겠다는 발상은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됐다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급등과 같이 기업들을 옥죄는 반기업 친노조 정책 기조도 바꿔야 한다. 비상한 상황에선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불황의 터널에 들어선 반도체가 한국경제에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고 실패한 정책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경제 자폭’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