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회장賞 이수연

엄마. 난 불효녀지? 순탄하지 않은 태생. 엄마가 나 낳기 싫어서, 할머니한테 나 낳기 싫다고 절규했었다며. 매일 근처 수성못을 배회하며 꺽꺽 울었다며. 그런데도 언제나 내 편이 돼줘서 더, 미안해. 나, 참 유별났다.

중학교 때, 자랑은 아니지만 선도위원회를 가장 빨리 열게 한 최초의 학생이라고. 내 기준, 돌이켜보면 나도 꽤 문제아였던 것 같아. 처음으로 간 사회봉사에서 너무 낯설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탐탁지 않았어. 엄연히 내 잘못인데, 엄마가 수십 번 고개 숙였잖아. 사실, 내 실수는 끝이 없지. 엄마를 울게 한 건 전부 내 탓이야.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나에게 돌을 던져도 엄마는 안 그랬잖아. 딸 교육 잘못 한 거라고, 구박받았을 때 그래도 엄마는 나 꿋꿋하게 지켜줬잖아. 그냥 엄마 탓이라고 돌렸잖아. 엄마는 내 편이었잖아.

지금,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삶을 사랑하는 건 엄마 덕이 정말 커. 알고 있지? 엄마, 난, 엄마한테 질문을 많이 하잖아. “엄마 내가 갑자기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엄마, 내가 10년 넘게 작가로 일했는데 돈도 못 벌어서 엄마 못 먹여 살리면 어떡해?”라며 여러 차례, 폭풍 질문을 날렸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 같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그렇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항상 “괜찮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 해. 우리가 부유하진 않더라도, 네가 하고 싶은 건 전부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의 말. 매번 마음에 새겨. 그래, 적어도 우리 엄마는 날 지지한다. 그래, 적어도 우리 엄마는 내 편이다. 그렇기에 내게 자신감만은 존재해. 함부로 기죽는 법은 모르고, 엄마의 그런 교육법에 난 성실히 성장한 것 같아.

엄마 덕분에, 읽고 싶은 도서는 전부 정독하고, 소장하고 싶은 도서는 당장 구매하게 해주고. 무작정 시작한 캘리에 각종 도구를 구입하게 해주고. 다니고 싶은 학원이 생기면, 무조건 다니게 해주고. 부모가 자식의 꿈을 응원해주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난 반대 입장이야. 내 주변에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적지 않으니까. 예전에 내가 질문했었지, 조심스럽게. “엄마는 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주저 없이 응원해줘?” 엄마의 대답이 아직 맴돌아. “그야 내 딸이니까.” 잠깐의 정적. 나는 이내 생각에 잠겼고, 엄마는 곧 “내 딸로 태어났으면 눈감을 때까지는 원 없이 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하는 모든 일은 성공의 여부에 관계 없이 지지한다.” 아마, 토씨 하나 안 틀렸을 거야, 엄마의 말. 엄마,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할게. 평생의 행운인 엄마, 사랑해.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