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거부 의사 확인”
美 “北 쌀수확량 10년來 최악”

북한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정부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려던 쌀 5만t의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난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민을 담보로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WFP를 통해 북한과 식량 지원 실무협의 과정에서 쌀 수령 거부 의사를 확인했다”며 “실무협의 과정에서 나온 반응인 만큼, WFP를 통해 북한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식량 수령 거부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WFP는 일단 북한과 실무협상을 지속하면서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미국과의 실무회담에까지 응하지 않고 있어 WFP와의 실무협상에 나설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의 거부 입장이 완강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WFP를 통해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는 한편, 기존에 추진하던 지원 방식에 대한 논의는 일단 유보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국내산 쌀 5만t을 북측에 제공하기 위해 WFP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모니터링 비용 등 행정비용으로 1177만 달러(약 141억 원)를 WFP에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9월 춘궁기까지 쌀을 보내기 위해 7월 말부터 선박을 통해 북한에 쌀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에 따라 입항 거부 등의 피해를 받을 것을 우려한 선주들이 선박 제공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농림부는 북한의 올해 쌀 수확량이 최근 10년 새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2일 미 농림부는 정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상반기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인해 올해 수확량이 지난달 예상했던 것보다 24만t 줄어든 136만t이 될 것이며 이는 지난 5년의 평균 수확량보다 17%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