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下) 화학기업 냉대하는 현실

새만금 공장 세우려던 제조사
무산될까 우려 국외로 눈돌려

화관법 등 규제강화된 한국에
“인허가 제약 많아”철회하기도

“해외 소재기업 국내 유치하면
관련 고급인력 양성에 큰 도움”

지난해 반도체와 LCD·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를 제조하는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생산 설비를 구축하려 했지만, 화학기업 입주에 대한 주민 반발과 높은 인허가 규제에 막혀 결국 생산 기지를 사실상 한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 찾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가 애초 예정대로 한국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했다면, 핵심소재 국산화를 한 발 더 앞당겼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 산하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불소·불소화합물·염소화합물·석유화학제품)를 제조하는 일본의 K사가 지난해 11월 새만금 현지를 시찰했다. 바로 전달에는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이 일본 도쿄(東京)에 있는 K사 본사를 방문해 투자 의사를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K사는 “한국 내 반도체산업 호조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특수가스 수요에 대응하고자 공장 건설이 필요하다”고 의사를 표명했다. K사는 구체적으로 새만금에 총 1900억 원을 투자해 약 3만㎡ 부지에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3종)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우리 정부 측에 전달했다. 총 고용인원은 120명이다.

하지만 K사는 사실상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렸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K사가 새만금을 포함해 국내에 총 3곳을 알아봤지만, 최종적으로 확인했을 때는 국외를 후보지로 두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K사가 국내에 정착하지 못한 데는 ‘주민 반발’이 한몫했다. 새만금개발청은 보고서를 통해 “(K사가 과거) 천안공장 설립 시 법적 처리를 다 했음에도 주민 반대로 무산됐기에 이와 같은 상황이 새만금 투자 시에도 반복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의 또 다른 기업 C사는 국내 투자를 고려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2012년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로 정부가 ‘화학물질관리법’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인허가를 받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외국기업이 한국법을 준수하고 제조 설비를 지으면 반드시 인허가가 나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는 재정 지원은 약속하면서도, 인허가 부분은 책임져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재 국산화를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기업 유치를 담당했던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도 “외국기업 국내 유치는 해당 분야 고급 인력 양성에 큰 도움이 된다”며 “외국기업의 국내 필드 인베스트(Field Invest·현지투자)가 핵심소재 국산화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실제로 강화된 규제는 기존 79개에서 413개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