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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배달원 등 편의 위해
도어록·우편함 등에 적어 놓아
원룸 거주자들 ‘범죄 공포’ 확산

“택배기사 또는 배달요원이 원룸 출입문 주변에 비밀번호(사진)를 기재하는 사례가 없도록 주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해 주기 바랍니다.”

경찰청은 ‘원룸 비밀번호 노출 관련, 범죄예방 협조 요청’ 공문을 18일 한국통합물류협회, 편의점택배업체, 배달서비스 업체 등 11곳에 발송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공문은 “택배기사 또는 배달요원이 원룸 출입 시 편의를 위해 현관문 도어록이나 우편함 등에 비밀번호를 기재하는 사례가 있어, 이를 범죄자들이 악용할 것으로 우려하는 거주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집까지 따라가 문을 열고 침입하려 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처럼 혼자 사는 여성이 타깃이 되는 범죄가 잇따르면서 여성 1인 가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청이 원룸 출입문 비밀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 관련 업계의 협조를 구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은 대개 택배기사나 음식점 배달원들이 비밀번호를 현관문에 적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원룸 건물에는 배달 물건을 대신 받아줄 경비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물건을 주문한 가구에서 비밀번호를 한 번 알려주면 건물 도어록 아래 등에 적어 두고 드나들 때마다 사용한다는 취지에서다.

실제 대학 원룸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5월 원룸 건물 현관문 도어록 아래 적힌 비밀번호 45개를 제거했다. 또 어두운 골목길의 조도를 높여주는 동시에 CCTV 기능을 갖춘 스마트보안등 80개도 곳곳에 설치했다.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거울 시트지는 10개 건물에 부착했다. 범죄자에게도 자신의 얼굴을 비춤으로써 심리적 억제 효과를 주는 용도다.

출입문에 노출된 비밀번호로 인해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강간범죄 발생 장소는 아파트 및 연립다세대(1168건)와 단독주택(995건)이 각각 전체의 19.9%, 1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광주 서구에서는 30대 남성이 오피스텔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따라가 추행하고 집에 침입하려다 구속됐다. 해당 남성은 여성이 현관문 잠금장치를 해제할 때 곁눈질로 확인한 출입 비밀번호를 메모지에 적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 2일부터 50일 동안 ‘대학가 및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 범죄예방활동 강화 계획’과 연계해 원룸 범죄예방진단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CPO)은 직접 현관문 도어록·우편함 등을 살펴 비밀번호 기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지난 16일 여성안전종합치안대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