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시커멓게 탄 건물 18일 일본에서 방화로 인한 불로 33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교토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경찰관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최소 33명 사망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화사건 재구성

심한 연기, 순식간 건물 퍼져
시야잃고 제대로 탈출못한듯
제연경계벽 역할못해 피해 커

일본 교토(京都)에 위치한 교토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방화사건 희생자 대다수가 건물에서 옥상으로 피신하려다가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전문가는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1∼2분 사이에 화마가 건물을 통째로 집어삼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화재 현장에서 인화물질뿐만 아니라 용의자의 것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망치와 칼이 추가로 발견돼, 이번 범죄가 단순 방화가 아니라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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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이날 사망자 33명 중 20명이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옥상으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옥상 문을 열지 못해 탈출하지 못하고 건물 내부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단에서 발견된 20명 중 19명이 3층과 옥상 사이에서, 1명이 2층과 3층 사이 계단에서 발견됐다. 현장에 진입하던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해당 옥상 문은 잠겨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순간적으로 심한 연기가 건물 전체로 퍼지면서 내부 사람들이 시야를 잃고 제대로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사망자 11명이 2층에서 발견됐고, 화재 발생지점인 1층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2명에 그쳤다. 일본화재학회 회장인 하세미 유지(長谷見雄二)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영상만을 봤을 때 불이 타고 올라가는 게 격렬하다”며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1∼2분 사이에 검은 연기와 불길이 1층부터 3층까지 모두 번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세미 교수는 “회사에 종이로 된 자료 등이 많아 단시간에 불이 퍼졌던 게 아닌가 싶다”며 “이런 상황에선 화재 발생을 알아차리고 피난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 있다”고 NHK에 말했다.

또한 건물 자체가 화재에 취약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007년 10월 신축된 이 건물은 의무사항인 소화기와 경보기는 갖춰져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었던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중앙 나선형 계단의 제연경계벽이 제 역할을 못 해 불길을 더 빠르게 번지게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날 한 남성이 건물 현관으로 들어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면서, 총 33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애니메이터들에 대한 애도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 등 참의원 선거를 치르는 일본 정치인들은 일제히 추모의 뜻을 밝혔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SNS를 통해 추모의 뜻을 밝혔다.

박준우·정유정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