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日 강제동원 사죄 배상하라”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제 강제동원 사죄배상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재산매각 절차 어떻게 되나

일본제철 배상 판결 이행 않자
포항지원, 매각 심문서 日 송달
수령하면 60일 이내 답변해야
日무시하면 강제매각절차 가능

울산지법도 후지코시 상대로
주식매각명령 심문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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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가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재산 매각(현금화)이 이르면 오는 9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가능해지는 등 가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 매각과 압류절차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이 불이익을 받으면 한국 정부에 보복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된다.

18일 각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소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 매각을 위한 심문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1인당 1억 원씩 배상 책임을 확정했는데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에 대한 피해자 대리인단 심문서를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를 통해 지난 8일 일본 외무성에 송달했으며 14일 외무성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외무성이 심문서를 관할 법원에 보내면 일본제철은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견서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이 일본제철 측에 심문서 송달을 하지 않거나, 보내도 일본제철 측이 의견서를 내지 않고 아예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포항지원은 60일 동안 기다린 뒤 자체 심문절차를 진행, 압류한 일본제철의 국내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이르면 9월 중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한·일 관계가 악화해 매각 명령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일본제철 측에서 매각에 대한 의견서를 내지 않으면 매각명령을 한 뒤 강제로 주식을 현금화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매각 명령 요건을 갖추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기각 명령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이 배상을 미루자 지난 1·3월 일본제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PNR 주식 19만4794주(9억7000만 원 상당)를 압류했다. 하지만 일본제철 측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피해자 대리인단이 신청한 매각명령 심문절차를 개시했다.

울산지법도 일본 후지코시가 소유하고 있는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회사의 주식 7만6500주(액면가 1만 원 기준 7억6500만 원)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매각명령 신청과 관련해 심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울산지법은 최근 주식매각 명령을 위한 심문기일을 잡기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 측에 대성나찌유압공업에 보낼 심문서의 일본어로 된 번역문 제출을 요구했으며 이 자료가 오는 대로 법원행정처를 통해 후지코시에 송달할 예정이다. 또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미쓰비시중공업 소유의 한국 내 특허권 6건과 상표권 2건의 매각 명령을 내려달라고 소송 대리인단을 통해 이달 중으로 대전지법에 신청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재산이 매각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어 매각 절차 진행으로 냉각된 한·일 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마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 매각 절차가 진행되자 한국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보복 조치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박천학·울산=곽시열·대전=김창희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