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파원 간담회서 현황 분석

이재영 대외경제정책硏 원장
“美도 韓 반도체 차질 땐 타격
사태악화땐 개입하겠단 입장”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미국은 사태가 악화되면 미국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 중국 등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사슬이 끊어지면 태평양 건너까지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수훈 전 주일 대사도 “미국이 우려 단계를 넘어 심각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17일 미 워싱턴DC에서 KIEP와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개최한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 후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번 회의에서 한·일 갈등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돼 한국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미국 측도 대체로 공감을 표명했으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 안 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이 있을 수 있어 미국 정부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미국 내 분위기는 대체로 사태 악화를 방지하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한·일 갈등에 따른 한국 경제 피해 규모에 대해 “잠정적으로 우리 반도체가 10% 정도 생산 감소 시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략 국내총생산(GDP) 0.27%에서 좀 더 넘는 수준까지도 감소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로 볼 때 생산 차질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사는 “미국이 (처음에는) 순전히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두 정부 사이의 이슈이기에 개입할 수 없다, 두 정부가 해법을 찾으라였는데 지금은 그런 단계를 조금 넘어서고 있는 것 같고 그런 분위기가 확실히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미 중 만난 인사 중) 현직에 있는 분도 있고 국무부에서 오래 여러 역할을 하신 분들도 있는데 초기엔 중립을 유지한다(는 미국의 입장)에서 (지금은) 우려를 넘어서서 심각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