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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법학 전문가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하다’ 토론회

“합작기업 지배구조 변동 가능
‘처음부터 공동지배’납득안돼
고의 분식회계로 볼수 없어
허위감사 형량강화 위헌 소지”

檢은 “단독→공동지배로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 4.5조 늘려”

검찰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로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검찰은 ‘분식회계’를 기정사실로 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학계의 자본시장법 관련 권위자들은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해석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과 학계의 자본시장 및 기업 지배구조 등에 대한 이론적 공방으로 연결되고 있어 어느 쪽이 옳은 판단인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의 이동기 교수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합작기업 지배구조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증선위의 결정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문제의 핵심이 바로 2012년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설립한 합작법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구조인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구조를 처음부터 단독 지배구조가 아닌 공동 지배구조로 판단했어야 한다는 증선위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합작회사 지분구조는 단독 지배구조일 경우 연결회계, 공동 지배구조이면 지분법 회계방식이 적용된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단독지배(연결회계)에서 공동지배(지분법회계)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대규모 평가 차익을 얻었다”고 의심해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본질적으로 합작기업의 지배구조는 상황에 따라 변해간다”며 “특히 한 파트너가 다른 파트너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합작계약에 포함된 경우 콜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합작기업의 지배구조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해선 “초기 투자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돼 불확실성이 낮아졌을 때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합작투자 옵션계약의 본질”이라며 “벤처기업 성격이 강한 바이오에피스는 일정 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지분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바이오시밀러 승인 등 실질적 성과가 나타난 시점부터 지분가치가 올라가고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2011년 전면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회계처리 불확실성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국제회계기준은 통상 경영자에게 회계선택에 대해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국제회계기준이 모호해 기업 입장에선 정당한 회계처리 기준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과 회계기준의 재량권을 벗어난 고의적인 분식회계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계처리기준이 불분명하거나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다의적 표현이 적지 않다”며 “현실이 이러한데도 허위재무제표작성죄 및 허위감사보고서 작성죄 최고형을 대폭 상향시킨 것은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희·조재연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