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순도 일부 공정 우선 사용
수출제재 장기화 대비 안간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제재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 제품을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는 테스트 작업에 착수했다.

에칭가스는 일본 의존도가 50%에 육박할 정도로 핵심 소재인 데다 일본 제재가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에칭가스의 국산화 작업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국내산은 물론, 대만, 중국 등 다양한 공급처를 통해 확보한 에칭가스를 적용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급처 다변화 및 공정 적용을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국산 제품을 반도체 공정에 시범 적용해 어느 선까지 국산화가 가능한지 본격적인 테스트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에칭가스는 많게는 900여 개 공정을 거치는 반도체 전 공정에서 제조부터 세척까지 폭넓게 쓰이는 소재”라고 밝힌 뒤, “현재까지 초고순도가 필요한 공정에서는 주로 일본 제품이, 저순도 공정에선 일부 국산 제품이 쓰이고 있었다”며 “국산화 테스트는 초고순도가 필요한 일부 공정을 중심으로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사는 핵심 소재의 국산화 필요성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작업에는 최소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당분간 최대한 확보한 물량으로 버티되, 일본의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순도 제품은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하루아침에 국산화하기란 쉽지 않다”며 “테스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생기고, 이에 따라 비효율과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