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日보복’ 대응책 논의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한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창섭 기자 bluesky@

- (上) 산업도 안보처럼 … 정책 기조 획기적 전환

홍남기 “지난달 오사카 G20서
日, 자유공정무역 선언해놓고
스스로 무역질서 혼란 초래”

韓, 對日의존도 높은 소재분야
장기육성 위한 예산 지원 계획

“비정상 조치에 비정상 대응땐
무역시스템 붕괴로 兩國 공멸”

정부가 산업정책에서도 안보 개념을 포함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일본마저 정치·외교적 문제를 경제·무역과 연계해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사례가 발생한 만큼 무작정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만을 믿고 정책을 펴긴 어려운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1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일본은 자유무역질서에 기반한 WTO 협정의 최대 수혜자이고, 지난 6월 말 일본이 오사카(大阪)에서 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공정무역과 비차별적이고 안정적인 무역환경 조성을 강조한 선언문이 채택된 바 있다”면서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조치로 일본 스스로 이제까지 키워온 국제적 신뢰를 손상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조치는 한·일관계를 넘어 글로벌 밸류체인(GVC) 구조를 더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세계 경제 성장을 제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시스템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안보 개념을 포함한 산업 육성 정책의 전환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쟁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농업 분야의 쌀처럼 매년 창고에 넘쳐나고 있지만 ‘식량 안보’ 차원에서 직불금 등을 마련해 농가가 쌀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이, 산업 분야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공급망이 붕괴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나 미국의 자동차·철강 관세 부과 조치 등이 자유무역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은 반도체 관련 3개 품목 이외에도 2차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소재 부품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고, 한국 산업을 흔들 수 있는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장기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분야와 품목에 대한 지원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근본적으로는 만성적인 일본 무역 역조를 개선하고, 소재 부품 분야에서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의 대일(對日) 무역구조는 섬유류와 농수산품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산업이 역조 상태여서, 향후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 부품 분야 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각종 예산·세제 지원이 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정상적인 보복조치에 대해 비정상적인 대응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에서의 안보개념 도입이 산업정책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보호무역주의 확대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자유무역·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공격에 우리나라도 똑같이 대응할 경우 양국 모두의 공멸은 물론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