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전략폭격기 띄운 美 독립기념일 4일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린 243회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미 공군의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가 행사장 위를 날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투기·탱크 동원 독립기념일 행사에 갈라진 美정치

대중연설 ‘미국 위대함’ 강조
“곧 화성에 성조기 꽂을 것”

민주당 대선주자 “이건 독재”
시위대 ‘트럼프 베이비’등장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 속에서 대중 연설을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자랑했다. ‘재선을 위한 정치화’ 논란을 의식한 듯 예민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하는 대신, 미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나열하면서 ‘더 강한 미국’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치적을 오버랩시켰다는 분석이다. 결국 내년 대선 재선을 위한 행보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오늘은 트럼프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고 비난했다. 행사장에서는 반(反) 트럼프를 상징하는 ‘베이비 트럼프’ 풍선 시위도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243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아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행사에서 1시간가량의 연설을 통해 미국인, 미군, 과학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의 자유의 미래는 그것을 수호할 의지를 가진 미국인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미국이 할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군대를 축복하고 미국을 축복하라”고 선언했다. 또 50년 전 달 착륙(7월 20일)을 포함한 미 역사의 업적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곧 화성에 성조기를 꽂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빗물에 젖은 방탄유리 뒤에서 미국인의 과학, 의학, 정치, 예술의 공헌에 대해 지목했다”며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군대의 역사를 다시 설명하며 보냈다”고 평가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워싱턴DC 컨스티튜션 애비뉴 7번가에서 17번가까지 약 1마일 구간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행진악단과 군부대, 경찰, 오토바이 순찰대, 기마대 등이 행진에 참여했다. 또 영국 독립 시기의 전통 옷차림과 군인 복장을 비롯해 대형 풍선과 차량, 조각상 등도 등장했다. 오후 대통령 연설 중간에는 공군, 해군, 해병대, 국경수비대 소속 전투기와 헬기들이 행사장 상공을 지나가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행사를 진행했다고 비난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대통령은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트위터를 통해 “이건 독재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했던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미시간)은 워싱턴포스트(WP)에 논평 형식으로 “오늘 나는 나의 독립을 선언하며 공화당을 떠난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행사장 일대에는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이 등장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