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언제까지… 24일 오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노조사무실 앞에서 열린 파업집회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회사의 물적분할(법인분할) 무효와 파업 참여 조합원 징계 중단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학비노조, 靑 앞서 기자회견
“요구 거부하면 내달 총파업”
방과후 보육·급식 마비 위기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관련해
노조, 사측 대화 제의도 거부
지난달 16일부터 한달째 파업
李총리 “파업 자제”간곡 요청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과 관련, 민주노총이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대로 총파업 전선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데 본격 ‘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학교 비정규직,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등 사업장별 임단협 이슈와 결합해 대정부 투쟁의 파괴력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태세여서 전국이 ‘동시 다발 총파업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전국 주요 사업장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방과후 보육교실, 학교 급식장, 병원 등이 자칫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초등돌봄(방과후 보육) 전담사 분과는 이와 관련, 25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계 개선과 하루 8시간 상시 근로제를 도입하라”면서 “거부 시 오는 7월 3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학비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초등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없이 초등돌봄 현장의 근로조건 개선이 각 시도교육청 교부금을 통해 이뤄지다 보니 경기 지역에만 199개의 임금체계가 존재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별 처우 편차가 크다”며 “이뿐만 아니라 단시간 근무 형태가 전국적으로 80%가 넘고, 업무량이 집중되는 시간대로 고용되다 보니 업무 연속성과 몰입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비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돌봄 전담사 1만여 명 중 절반인 5000여 명이 학비노조 소속으로 파업이 현실화하면 이들 학교에서 시행 중인 방과후 돌봄교실 등이 일제히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아이 맡길 곳을 찾을 부모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26일 현대중공업 노조 지원을 위해 울산에서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키로 해 한 달여 이어온 현대중공업 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갈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측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 등에 반대하며 25일 오후 3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26일에도 4시간 파업을 벌인다. 지난달 16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26일까지 한 달 넘게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 시작 후 지금까지 정상근무는 나흘에 그쳤다.

노조는 회사 측이 물적분할과 관련, 대화를 통해 단체협약 승계 등에 합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파업과 투쟁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울산 상공계 한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소송을 제기한 만큼, 이제 물적분할을 둘러싼 논란은 법원에 맡기고 노사는 조선업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노조원들의 주총장 점거 등 각종 불법행위와 관련, 지금까지 95명의 노조원을 고소·고발했다. 또 파업 기간 중 관리직과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 노조원을 폭행한 노조원 3명에 대해서는 해고 결정을 내렸다. 주총장 점거 과정에서 회사 기물을 파손하거나 회사 측 관리자 등을 폭행한 30여 명과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300여 명에 대해서도 징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오는 7월 18일 또다시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등 처우 개선 요구를 한꺼번에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자들은 학교 급식, 아이 돌봄, 병원 위생, 우편 서비스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담당한다”며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노조는 파업을 자제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예고에 대해 “귀를 열고 상식의 눈으로 노동운동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구속은 안타까운 일이나 사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성훈·유민환 기자 powerkimsh@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