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돌파구 찾기 고심
대규모 투자·인재영입에 사활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수출 실적 부진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는 하반기 수출액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전자제품 전반의 수출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 시장을 이끄는 국내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ICT 전문가들은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 하반기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의 수출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0%, 디스플레이는 -6.1%(전망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일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당장 지난 5월 수출 비중이 20%를 넘는 반도체 분야에서 1년 전보다 수출이 약 30.5% 줄었다”며 “이는 2009년 3월에 기록한 -38.0%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 수출 부진 업종별 원인으로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무선통신기기는 국내 생산공장의 해외이전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대(對)중국 무선통신기기 부품 판매 저조, 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 수요 정체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수출에 주력하는 ICT 대기업들은 시계(視界) 제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실적 부진을 극복하면서 대외 변수를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을 위해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황이 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에 활용되는 차세대 반도체인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 처리장치) 분야를 선점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은 “자체 성장만으로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에 오르기 어렵다”며 “대규모 연구개발 인력 영입과 필요할 경우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도 난관 극복을 위한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세계적 AI 기관 ‘벡터연구소’의 창립 멤버이자 AI망 전문가인 다린 그레이엄 박사를 토론토 AI연구소 소장으로 선임했다.

인재 영입에는 최고경영진도 발 벗고 나섰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4차 산업혁명 분야 박사급 인재 영입을 직접 챙겼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가 글로벌 제조업 위상과 기여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이라며 “제조업의 핵심 경쟁 원천인 원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