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석서도 관련 언급 피해와
일각선 “檢총장 인사 의식” 해석
수사권 등 내부반발 무마 촉각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청와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안 추진이 일단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가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방안에 침묵해 왔지만, 이번 지명을 앞두고 청와대의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공식석상은 물론 사석에서도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 방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피력을 삼가왔다. 한 검사는 “윤 후보자가 ‘다 잘되지 않겠느냐’ 정도로 에둘러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검찰 인사를 앞두고 송인택 울산지검장, 윤웅걸 전주지검장이 공개적으로 국회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는 가운데, 윤 후보자의 이 같은 침묵을 두고 “검찰총장 인사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청와대가 차기 검찰총장 인사를 앞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인물이 적임자’라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온 만큼, 이미 윤 후보자와 수사권 조정에 대한 협의를 끝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장 임명 직전인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째로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우리 시대, 우리 공동체가 요구하는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한 개혁 의지와 실천력, 결단력을 필수조건으로 꼽았다.

하지만 ‘강골 성향의 윤 후보자가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여당과 충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윤 후보자가 조직의 반발을 제압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후보자 지명과 관련, “우선 내정된 것에 대해 축하를 드린다”며 “(윤 후보자가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고 진행사항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취임하면 기회 닿는 대로 만나 긴밀히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또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수사권 조정에 좋은 성과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윤희·김수민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