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 운항 크루즈 사업 번창하며
미숙련 직원들 대거 고용한 탓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허블레아니 호를 들이받아 20명 이상의 사망·실종사고를 낸 바이킹 시긴호의 선사 바이킹 크루즈의 소속 선박들이 이전에도 수차례 강과 바다에서 선상 사고를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급증하는 강, 운하 크루즈 여행사업으로 숙련되지 않은 직원들이 배를 몰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관련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4일 크루즈 항적 기록 웹사이트인 크루즈매퍼 닷컴을 인용한 결과, 바이킹 크루즈는 지난 10년간 약 16건의 사고가 기록돼 있다. 여기서 사고는 침몰, 선상충돌, 추돌사고를 비롯해 엔진 정지 등의 기계적 결함, 선상 내 질병 환자 발생 및 선내 중대 범죄 발생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강에서 사고가 많았는데, 지난 16년간 12건의 강 운항 사고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대표적인 사건은 2016년 마인-다뉴브 운하에서 발생한 프레야 호 사고로 운항 중이던 크루즈선이 다리를 들이받았고 그 결과 선원 두 명이 사망했다. 스위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은 2006년 이후 전 세계에서 다리와 선박 간 충돌사고가 총 다섯 차례 보고됐는데, 이 중 세 번을 바이킹 크루즈가 냈다고 전했다. 바다에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지난 3월 노르웨이 해안을 항해하던 바이킹 스카이호가 갑자기 엔진고장으로 정지해 승객들이 헬리콥터 등으로 구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NZZ는 바이킹 크루즈의 사고가 많은 원인으로 사업 확장에 따른 미숙련 직원들의 대거 충원을 꼽았다. 최근 강을 운항하는 크루즈 사업이 크게 번창하면서 직원이 대거 충원됐고, 바다를 운항하는 항해사들과 달리 강을 운항하는 배들의 선원들은 현행 법령상 강도 높은 교육을 받지 않아도 돼 이들의 숙련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원은 ‘일하면서 배우는’ 형태로 숙련돼 가고 있어 사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NZZ는 바이킹 리버 크루즈 등이 숙련된 선원들을 많이 모집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킹 크루즈는 전 세계 크루즈선 국적의 70%를 차지하는 스위스에서도 대형 강(江) 운항 크루즈 업체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보유한 69대의 선박 중 60대 정도가 강 운항에 투입되고 있다.

스위스나 헝가리 외에도, 최근 크루즈선 추돌사고가 발생한 이탈리아에서도 크루즈선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내부에 범람하는 여행사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베네치아의 주데카 운하에서 6만5500t급 대형 크루즈선 ‘MSC 오페라’가 부두로 돌진해 정박 중이던 유람선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주데카 운하에서 선박 사고는 없을 것이라던 크루즈 업계의 주장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슈트반 터르로시 부다페스트 시장은 최근 바이킹 시긴 호 같은 선박의 도심 정박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도심 크루즈 선착장의 이전을 검토하고 나섰다. 또한 현지에 난립하는 소규모 여행사들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식으로 여행업을 하려면 여행사가 관할 행정 기관에서 정식 인가를 받고, 현지 자격증을 소지한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안내해야 하지만 업체 상당수는 사업권 없이 영업을 하고 있어 사고 발생 시 피해자들이 보상이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준우·정유정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