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일(현지시간) 헝가리 현지 시민이 ‘허블레아니’ 호 충돌 및 침몰 상태를 묘사한 그림.

“당시 상황 철저히 재구성해야”
본보 기자에 그림까지 그려줘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 유람선 침몰 사고 이후 헝가리 경찰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에 대해 헝가리 현지인들도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 호의 책임을 주장하며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4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현지에서 만난 헝가리인 A 씨는 “바이킹 시긴호 선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 호를 보지 않았고 경적도 울리지 않은 채 운항하다 배를 들이받았다”며 “(피해 선박인) 허블레아니 호는 사고에 책임이 있을 수 없고, 이번 사건은 재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직접 세 장의 그림을 그리며 당시 목격한 사고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A 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9시 5분쯤 다뉴브 강 일대에는 비가 많이 내려 수면 높이가 평소의 7∼8m에서 8∼9m 정도까지 상승한 상태였다.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의 교각 사이 간격은 약 80∼90m였고 바이킹 시긴호는 서치라이트(탐조등)를 왼쪽으로 비췄을 뿐, 피해 선박인 허블레아니 호가 있던 오른쪽은 비추지 않고 있었다. 바이킹 시긴 호가 뒤늦게 오른쪽의 허블레아니 호를 비췄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고 길이 135m, 폭 12m의 대형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호는 길이 27m, 폭 5m에 불과한 허블레아니 호와 충돌했다. A 씨는 그림 묘사를 통해 ‘충돌 이후 바이킹 시긴 호의 뱃머리가 가라앉는 허블레아니 호의 선체를 타고 넘어가는 데는 불과 5∼7초 정도밖에 안 걸렸다’고 설명했다.

A 씨의 진술 내용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고 과정과 큰 차이점은 없지만, 바이킹 시긴 호의 사고 책임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부다페스트 여객선협회는 바이킹 시긴 호가 허블레아니 호에 다가가며 추월을 시도할 때 안전거리와 속도를 지키지 않았고, 교신이나 경적 등을 통해 추월 의사를 알리는 절차를 무시했다고 밝히는 등 현지에서 가해 선박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어지고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
부다페스트=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