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전문가 분석

“이념·코드 맞는 공직자는
성과 상관없이 장수 경향”

잇따른 정부 공직자의 기강해이 사태와 만연한 복지부동 분위기는 ‘청와대 정부’로까지 불리는 청와대의 만기친람으로 인해 내각의 자율성이 사라진 데 기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 책임과 권한이 집중되면서 부처 공무원들이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관료 집단의 정치성이 강해지고, 이념과 코드가 맞는 공직자가 업무 성과와 상관없이 장수하는 현실도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에 공무원 조직이 활력을 잃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9일 통화에서 “모든 사안이 청와대 맞춤형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이니 정부 공직자들이 소신 있게 얘기하기보다 시류에 맞춰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조직 자체가 느슨해지고, 공무원들은 대접을 해주지 않으니 열심히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도 “지난 정권 때 여러 공무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바람에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더해 청와대가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니 공무원 조직은 더 복지부동이 된 것”이라고 했다.

느슨해진 부처 분위기 속에서 각종 기강 해이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조직의 수장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일련의 외교부 기강해이 사태와 관련, 최근 조현 1차관을 교체했을 뿐 강경화 장관은 유임시켰다. 김 교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별감찰반 사태, 인사 검증 논란 등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며 “‘윗선’에 대한 경질이나 징계가 없으니 반면교사로 삼을 일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공무원들이 벌써 차기 권력에 줄을 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정부와 뜻이 맞지 않는 공무원들은 책임의식 없이 정권이 바뀌면 한자리할 요량으로 줄을 대는 듯하다”며 “관료 집단의 정치성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하려 하지 말고 공무원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성을 갖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결국 내각 중심으로 국정 운영이 이뤄져야 기강해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