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병원 빅데이터 합치면
핀란드 전체인구보다 방대

폐암 환자 A 씨는 상당 기간 항암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별 차도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폐암 원인이 특정 유전자(EGFR유전자) 변이 때문임을 확인한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본인에게 맞는 표적항암제(이레사)를 처방받은 후로는 단기간에 상태가 호전된 것이다. A 씨처럼 특정 유전자에 맞는 맞춤형 치료제 발견은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환자 사례 분석을 통한 지식을 쌓아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 의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문제는 현행법에서는 단일 병원 단위의 의료정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만을 허용하고 있어 신약 개발에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주요 병원들이 보유한 진료 빅데이터를 모두 합치면 외국의 국가 전체 인구규모(가령 핀란드 인구 556만 명)보다 큰 규모에 이른다. 임숙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의료 분야의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과거 경부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던 것처럼 미래 의료산업의 발전에 있어 기본이 되는 인프라를 깔아두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