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에 시민단체 반응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시민사회계에서는 경찰 견제 장치 실종이란 비판이 이어지면서도 검찰 권한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 권익과 직결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선거법 개정과 연계해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잇따랐다.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은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 문제가 있다고 해서 경찰 개혁도 없이 더 큰 권력을 부여하면 경찰 비대화 등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권한 확대를 위해 조직 간 혈투를 벌일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사무총장은 또 “수사권 문제를 선거법 개정안과 연계해서는 안 되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절충·타협하며 전혀 무관한 법안을 연계했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은 수사권 조정안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경찰이 1차 수사권과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통제받지 않는 경찰의 권한이 너무 막강해진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경찰은 그 규모만 12만 명에 달해 조직 자체가 방대하다”며 “이처럼 거대한 조직이 수사권을 견제 없이 행사하면 인권 침해와 과잉 수사 등이 우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실장은 “이번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과 경찰이 합리적으로 조율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이 점도 국민 입장에서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진보 단체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말 성명을 내고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패스트트랙 합의안에 안주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온전한 공수처를 설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공수처에 온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어야 애초의 설립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며 “호랑이를 그리려 했는데 호랑이 새끼를 그렸다”고 밝혔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