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왓슨의 3단계 추천. 초록(추천), 주황(고려), 빨강(비추천)으로 나눠 보여준다. 길병원 제공

길병원 2017년 운영실적 발표
환자 369명·진료 792건 분석
위암 49%… 癌별 일치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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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에 AI를 도입한 대회를 어드밴스드 체스라 부른다. 인간과 AI 체스 선수가 한 조로 시합한다. 의료도 어드밴스드 메디컬을 하자. 의료 9단을 더 많은 환자가 만나는 의료 민주화다. 환자들이 지방에서 상경해 수도권 대학병원에 몰릴 필요가 없어진다.” IBM의 인공지능(AI) 암(癌)의사 ‘왓슨(Watson for Oncology)’을 3년 전 들여온 이언(사진)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은 말했다. 건양대병원·중앙보훈병원 등 9개 병원에서 왓슨이 인간 의사와 협진(協診)하고 있다.

길병원은 2017년 왓슨을 7개월간 369명 환자, 792건 진료에 운용한 실적을 발표했다. 암종별로 성적이 달랐다. 인간 의사와 왓슨의 치료법 추천 일치 비율이 대장암은 73%, 위암은 49%로 나왔다. 위암의 낮은 일치율에 대해 IBM과 길병원은 “미국 병원 MSK(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와의 진료패턴 차이 때문”으로 분석하면서 “현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왓슨의 장점은 AI의 ‘블랙박스(설명 불가)’를 일부 해소한 것이다. 추천, 고려, 비추천의 3단계 신호등식(式) 의견 제시에 대해 배경 논문과 임상 결과 등 근거를 달아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해준다. 그러나 왓슨은 아직 미국과 한국에서 의료기기로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의사의 보조에 그칠 뿐, 최종 책임은 지지 않는다. 유럽에서 AI형 의료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로 엄격한 요건하에 승인된다.


이 단장은 임상 검증 없이 현장 배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주장에 대해 “왓슨이 모든 진료를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의사가 협진하는데 보조도구로 참여할 뿐”이라며 “오히려 진료행위의 근거를 동료 의사에게 입증해야 하는 점, ‘글자 노가다(지식노동)’를 확 줄여 인간 의사가 고차원 판단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점에 백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치료 효과가 있다, 없다를 지금 말하긴 증거가 부족하다. 쓰면서 증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의 충고는 이랬다. “의대생들이 AI 이후 의료의 미래를 물으면 ‘5년 안에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 10년 뒤에는 상당한 변화가 느껴질 것, 20년 후에는 모든 게 바뀔 것’이라는 해외저널의 전망을 소개해준다. 20대 예과 학생이 20년 후 한창 의사로 물이 오를 때 배운 게 아무 소용없다면 암담하다. 코딩까진 아니지만 파이선(Python·프로그래밍 언어)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미국 유명 의과대학 커리큘럼도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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