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의 전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쇼 오디오자키’는 트로트를 소재로 다룬 코너를 방송하고 있고, 홍진영은 직접 후배를 뽑는 오디션을 주최했다. ‘미스트롯’의 결선 무대에 진출한 송가인과 홍자.(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진영·박현빈·김수찬·신유 등
2030가수들 대중 공감대 견인
인기 돌풍‘미스트롯’서 배출한
30代 신인들도 전국구 스타로

신세대 노래방 선호곡으로 꼽혀
트로트 시장,팬 스펙트럼 확장

‘젊은 트로트’가 가요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송대관·태진아·현철·설운도 등 소위 ‘4대 천왕’이 호령하던 시대를 지나 20∼30대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며 젊은 세대들도 적극적으로 트로트를 소비하는 등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트로트에 빠진 TV

4월 가요계는 숨을 죽였다. 컴백한 방탄소년단을 피하기 급급했다. 그들이 미국 빌보드차트와 영국 오피셜차트를 동시에 석권하며 K-팝의 위상을 드높일 때, 국내에서는 트로트의 반란이 일어났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미스트롯)은 25일 전국 시청률 14.4%(닐슨코리아 기준)로 역대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을 새로 썼다. 지난 4일 방송 분량이 JTBC ‘효리네 민박’(10.8%)을 뛰어넘은 후 매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결승에 진출한 송가인, 정미애, 홍자, 김나희, 정다경 등 대중에게 이름도 낯선 30대 트로트 신인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탄탄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유명 트로트곡을 재해석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연출자인 문경태 PD는 “트로트는 익숙한 멜로디 외에도 깊이 있는 가사가 갖는 힘이 강하다”며 “K-팝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영역인 트로트에 도전하는 젊은 가수들의 절절한 사연과 각 노래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대중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케이블채널 tvN ‘쇼 오디오자키’에서는 방송인 박명수와 소유진이 코너 ‘트롯남녀’를 진행하며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 아이돌 출신, 미스코리아 출신 트로트 가수인 지나유와 박성연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젊은 채널’을 표방하는 tvN이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현 방송가에서 트로트가 갖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트로트는 왜 젊어졌나?

‘트로트=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은 가수 장윤정이 등장하며 깨졌다. ‘강변가요제’ 대상 출신으로 불과 24세였던 지난 2004년 발표한 ‘어머나’로 트로트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그는 ‘미스트롯’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 바통은 2009년 데뷔한 홍진영이 이어받았다. 그는 ‘사랑의 배터리’를 비롯해 ‘엄지 척’ ‘잘 가라’ 등의 히트곡을 내며 젊은 트로트 가수의 명맥을 이었다. 지난 3월 데뷔 10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낸 홍진영은 패기 있는 신인들을 등용하기 위해 SNS를 기반으로 트로트 오디션 ‘홍진영의 남동생을 찾습니다’를 개최했다.

홍진영은 “트로트 장르는 신인이 도전하기에 열악하다. 어디서 배울지, 오디션은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는 친구가 많다”며 “그래서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고, 1등을 차지한 친구를 현장에 데리고 다니며 100%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홍진영·설하윤 등이 여성 트로트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면, 남성 트로트 시장에서는 30대인 박현빈·신유와 20대인 진해성·김수찬 등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트로트 시장은 ‘파이’가 작지만 항상 일정 크기 이상의 시장을 유지하며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똘똘한’ 틈새시장으로 분류된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세련된 음악으로 무장한 K-팝이 보고 듣기는 좋지만 정작 따라부르기는 어렵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신세대도 노래방에 가서는 흥을 돋우기 위해 트로트를 선곡하는 이유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뽕짝’이라 불렸던 트로트는 한국인의 DNA 깊숙이 박혀 있는 흥을 돋운다. ‘따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정서를 연결시키는 트로트의 장점”이라며 “장윤정 이후 다양한 형태의 트로트가 등장하며 스펙트럼을 넓힌 것이 트로트가 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1020 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공감대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