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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경직된 노동시장…
신흥국에 가격경쟁력 밀려

수출에 기대어 근근이 버텨오던 국내 경제가 수출 경쟁력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세계 교역시장 둔화도 있으나 경쟁력 하락이 시급 과제라는 뜻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대대적인 투자로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수출 점유율이 하락했고 올해 1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세계 경기가 안 좋기는 하지만, 상대적인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건 다른 나라와 견줘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노동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비용 구조가 문제”라고 수출경쟁력 하락 원인을 꼽았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신흥국의 과잉 공급 등으로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의 수출 가격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다. 휴대전화가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10% 안팎의 수출단가 하락 국면에 몰렸고, 디스플레이는 LCD 평판디스플레이가 4분기 연속 두 자릿수의 수출단가 하락을 겪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내 주요 업종 대부분은 수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경직적 노동시장의 간판 사례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 2014년 756억 달러(약 87조6000억 원)를 정점으로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지난해에는 64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세계 자동차 총수출에서 국내 비중은 2017년 6.8%로 2012년 대비 1.0%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시장 국내 자동차 점유율은 2014년 7.9%에서 올해 1분기 7.2%로, 중국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8.9%에서 3.8%로 더 급격한 속도로 추락했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수출 규모는 247억 달러로 2012년 369억 달러에서 대폭 축소됐다. 디스플레이는 중국 정부가 부품 자급화를 위해 LCD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한 영향으로 과잉투자→공급과잉→가격하락이란 시장 상황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중국보다 절대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분야 역시 중국이 2025년까지 자급률 70%를 목표로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5.5%에서 지난해 24.4%로 증가했지만, 이 역시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는 추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종 규제, 생산 비용 증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용 산업 설비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수출 지표가 한번 나빠지면 그 기조를 바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회복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현진·송정은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