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北·中·러의 이합집산 속
韓, 北만 우선시하다 실리 놓쳐

美·日, 3달 연속 정상회담 예정
北·러, 金 집권 후 첫 정상회담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
북한조차 관련 인사 불참 전망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대한민국을 동북아 속 ‘외톨이’로 전락시켰다는 평가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핵 담판 결렬 이후 복잡다단해진 국제정세에 전혀 실효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이어가면서도 ‘실리 외교’에 기초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부르짖으면서도 한국을 대미 관계에만 이용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북한만 바라보면서 ‘외교 고립’을 자초한다는 평가가 많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파티 참석을 계기로 방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5월 말 나루히토(德仁 ) 신임 일왕 즉위식 참석, 6월 말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을 답방한다. 일본은 23일에는 중국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게양한 호위함을 파견, 대중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북·중·러는 전통적 3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4~25일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제재 해소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직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고위포럼’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 일정은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모두 불투명해졌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데다, 오는 27일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에도 불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한을 초청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6월 2차례 일본 방문길에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낮다. 외교통상부 1차관을 지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우리가 북한에 정성을 많이 들였지만 결국 북한은 대미 관계에 한국을 이용하려고 했다”면서 “한국 외교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