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특보는 누구

서울대 공대 교수인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큰 그림’을 그리는 학자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분석하고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그는 “제 관심 분야는 적어도 10년씩 가는 장기 패러다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통 정책 파트에서는 인기가 없다”며 “귀에 쏙쏙 안 들어온다”고 웃어 보였다.

그가 지난 2015년 25명의 서울대 공대 교수와 함께 펴낸 ‘축적의 시간’은 우리 경제계와 산업계에 엄청난 파장과 담론을 불러일으켰다. 심층적이고 집중적인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나노·섬유·토목 등 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위기를 분석하고 미래 전략과 대안을 내놓으면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제 우리 산업도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해 창조적 ‘개념 설계’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러 형태로 제작돼 일반인에게 호응을 받았다.

이 교수는 자신이 ‘축적의 시간’ 저술 구상을 끝낸 뒤에도 ‘축적’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내는 데만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시행착오, 숙성 같은 단어를 고민하고 화이트보드에 적어 생각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축적’이라는 개념에 닿았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후속작 ‘축적의 길’을 통해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지난 1월 30일 특보 위촉장 수여식 후 청와대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는 “실패를 해도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며 “뒷배가 튼튼해야 앞으로 나간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해외 학계에서도 기술경제·혁신정책 분야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저명한 기술혁신 분야 국제 학술지인 영국 옥스퍼드 저널 ‘사이언스앤드퍼블릭폴리시(Science and Public Policy)’의 공동 편집장 네 명 중 한 명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1967년 대구 출생 △계성고 졸 △서울대 자원공학과 졸, 동 대학원 석·박사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기업경영학회장 △한국생산성학회장 △‘사이언스앤드퍼블릭폴리시’ 공동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