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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최근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국가부채가 전년도보다 126조9000억 원이 늘어 총 1682조7000억 원으로, 국민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3260만 원에 이르렀다. 사상 최대다. 주요 원인은 국채 발행과 장차 공무원과 군인에게 연금으로 줘야 할 돈인 연금충당부채의 증가 때문이다. 전체 부채증가액 중 국채 발행이 21조7000억 원(17%)이었고,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의 증가가 무려 94조1000억 원(74%)이나 됐다.

2018년 말 기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939조9000억 원으로 국가부채의 55.9%나 된다. 국가부채 절반 이상이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란 뜻이다. 그런데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늘리겠다는 공무원 수가 17만4000명이다. 연금충당부채가 매년 급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지난해보다 9.5%나 늘려 슈퍼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정부는 추경예산을 편성하려고 한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또, 내년 주요 재정사업에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 최저임금 인상 등 많은 복지 지출이 포함돼 있다. 이 모두 국민 세금과 국가 채무로 감당해야 할 일이므로 앞으로 국민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특히, 그 대부분은 미래세대가 떠맡게 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낮은 40% 정도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부채의 규모를 다른 국가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갚을 능력이 있는지 여부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종종 빚을 지듯이 정부 또한 국정 수행 과정에서 빚을 질 수 있다. 그렇지만 개인이나 기업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문제가 되듯이 정부 역시 갚을 능력이 없으면 문제가 된다.

국가부채는 2011∼2018년 7년 동안 117.5%가 늘어난 반면, GDP는 33.7%밖에 늘지 않았다. 국부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국가부채가 4배 가까이 빨리 누적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에 불과하고 올해는 2.5%로 전망된다. 또,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에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성장률 둔화는 세수 감소로 이어져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면 정부는 그 빚을 갚기 위해 결국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 그러면 총생산과 소비 및 투자가 감소해 경제가 쇠퇴한다. 최악의 경우 국가부도에 이른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이 그런 과정을 겪었다.

우리가 이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을 줄이고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제고해야 한다. 공공부문이 비대할수록 우리의 귀중하고 희소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똑같은 자원을 사용하더라도 민간이 아닌 정부가 사용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사용할 자원을 거두고 관리하는 데 비용이 들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지출을 줄이고 공무원 증원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지금 국가 경제가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정치적 이념에 따라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간섭함에 따라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낡은 정치적 이념을 버리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법령을 제거 또는 완화해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을 촉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