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25명 긴급체포 뒤 당일 석방
“법치주의 형평성 무너지고 있다”

민의의 전당 국회 담장이 불법 폭력 시위대의 폭력 앞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국회 진입을 시도하며 철제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을 폭행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 등 25명은 경찰에 연행됐다가 4일 0시를 전후해 모두 석방됐다. 입법부 담장과 공권력의 보루가 폭력에 무너졌음에도 법의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위원장 등 소속 조합원들은 전날 오전 10시 45분쯤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에 반대하며 국회의사당 울타리를 뜯어내고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참관하러 가겠다” “저지선을 뚫고 국회로 들어가자”는 구호와 함께 일제히 철제 담장을 흔들면서 높이 1.4m의 국회 담장이 무너져내렸다. 경찰은 김 위원장 등 조합원 2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관 5명과 의경 1명이 다쳤다. 방송사 촬영기자도 폭행을 당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결론을 못 내려 민주노총의 목표는 달성됐다. 민주노총은 3월 국회 개원 기간 내내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와 농성을 벌여왔다.

점심시간 사이 대거 세를 불린 민주노총은 오후에도 경찰들과 거듭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밧줄을 걸고 당겨 경찰의 차단벽을 무너뜨렸다. 경찰은 스크럼을 짜고 조합원들을 막았지만, 일부 경찰관이 진압 방패를 빼앗기는 등 시위 내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현직 위원장이 집회를 하다 연행된 건 처음”이라고 반발하며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김 위원장 등은 조사를 받은 후 전원 석방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명환 위원장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마치고 3일 오후 11시쯤 석방 조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조합원들도 자정 무렵 모두 풀려났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법치주의의 형평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일반인이었어도 이렇게 폭력시위를 벌이고 당일 풀려날 수 있을지 현 정부가 스스로 엄중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