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남북교류협력단, 내달 26∼30일 ‘亞피스컵’ 추진 논란

男 한국전력·女 도로공사 뽑아
모기업에 3억여원 후원도 요청
긴 시즌 끝낸 선수들 휴식기간
외국인선수 선발 준비기간 겹쳐

중계권 가진 지상파 제안인데다
거부하면 정부에 찍힐라 속앓이
“4·27 기념경기 왜 해외서 하나”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국제배구대회가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가 아닌 해외 개최에다 출전팀의 모기업에 후원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 복수의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KBS남북교류협력단이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에 맞춰 오는 4월 26∼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국제배구대회 아시아피스컵(가칭)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배구단 한국전력(남자부)과 도로공사(여자부), 그리고 4.25 체육단 남녀팀과 인도네시아 남녀팀 등 6개 팀을 출전시키며, KBS에서 중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KBS남북교류협력단은 한국전력과 도로공사에 아시아피스컵 운영을 위한 후원금마저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금 규모는 3억 원 선이다. KBS남북교류협력단은 방송 프로그램 공동 제작, 스포츠 중계 등을 통해 북측과 교류하며 2002년 조직돼 2016년 해체됐다 지난해 4월 다시 출범했다.

한국전력과 도로공사는 KBS남북교류협력단으로부터 아시아피스컵 출전을 제안받은 뒤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도로공사가 KBS교류협력단의 요청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배구단이 언론사, 특히 지상파방송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부담이 크다. 게다가 KBS의 자회사인 KBSN이 프로배구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다. 더군다나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라기에 정부 눈 밖에 날 수도 있다.

그리고 일정이 좋지 않다. 아시아피스컵이 시즌을 마친 선수단이 쉬는 기간에 열리기 때문이다. 프로배구는 지난해 8월 컵대회를 시작으로 7개월간의 길고 긴 시즌을 치렀기에 4월엔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는다. 도로공사는 특히 오는 29일까지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을 치러야 하기에 휴식 기간이 짧다. 도로공사의 주축인 박정아와 배유나, 문정원은 오는 4월 5∼7일 태국에서 열리는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전에도 참석해야 한다. 아시아피스컵까지 참가하게 되면 도로공사의 핵심 멤버들은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5월 초 캐나다 토론토에서 프로배구 외국인선수 선발 트라이아웃이 진행된다. 여자부 트라이아웃은 5월 1∼3일, 남자부는 7∼8일 진행된다. 외국인 선수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하기에 코칭스태프는 트라이아웃 참가 예상자들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한다. 시즌이 끝나고 트라이아웃이 열리는 사이에 대회에 출전하는 건 최악이라는 게 선수단의 항변이다. 도로공사는 아시아피스컵에 출전할 경우 6일 사이 한국에서 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캐나다로 넘어가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배구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피스컵이) 친선대회라고 하더라도 출전하기 위해선 훈련을 해야 한다”면서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시기에 훈련과 대회라니, 선수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BS 측으로부터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라는 말을 들었는데, 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개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게다가 스폰서를 따로 구하지 않고 한국전력과 도로공사에 개최를 위한 후원금까지 요구한 건 지나친 일”이라고 지적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