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학회 보고서

민간기관 진입 허용 효과 없어
경쟁 심한 지역이 급여비 높아

정부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의 비용 절감과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도입한 민간 시장화가 되레 비용은 증가시키고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가져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노인요양서비스 경쟁이 높은 지역일수록 가격은 높고, 서비스 수준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18일 한국사회보장학회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공급의 시장화에 대한 연구: 서비스 질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이기주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 연구원,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논문에 따르면 장기요양 서비스의 시장화 효과 확인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행정자료, 급여 이용 및 청구자료, 기관 평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서비스 질 제고와 비용 경감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입 당시 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 및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민간 기관의 진입을 허용했다. 애초 목적과 달리 경쟁이 심한 지역일수록 급여비는 높았고, 서비스 만족도는 낮았다. 연구팀은 시장점유율을 통해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경쟁이 심한 지역에는 평균 69.9개의 시설이 몰렸고, 중간 집중 지역엔 38.5개, 경쟁이 덜한 지역엔 18.5개의 시설 등으로 차이가 크게 났다. 이 중 경쟁이 덜한 지역의 1인당 급여비는 71만 원으로 가장 적었고, 경쟁이 중간인 지역의 급여비는 74만 원,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급여비가 76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서비스 질 역시 경쟁이 낮은 지역의 점수는 2.79점(5점 만점)으로 경쟁이 높은 지역의 서비스 질 점수(2.72점)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경쟁이 높은 지역에서는 적절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이용자에게 서비스 질에 대한 고려보다는 서비스 이용량을 늘리는 경우도 예상했다.

반대로 지역에서 비영리조직의 매출이 높은 경우와 기관의 규모가 클 경우 서비스 질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비영리조직의 매출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1인당 급여비와 비율도 낮아졌다. 연구팀은 “기관의 평균적인 규모와 지역 내에서 비영리조직의 비중이 커질 경우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