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무혐의’ 결론

공천 당일 압수수색·줄소환
지역사회 초대형 이슈 부상
‘與후보’송철호,조국과 친분
당시 공작·기획수사 비판도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경찰이 수사한 김기현(자유한국당)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비리 의혹 사건 당사자들이 검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경찰의 수사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은 김 전 시장이 울산 시장 후보로 한국당 공천을 받는 날, 경찰이 울산시청을 전격 압수 수색하면서 시작돼 지방선거를 앞둔 당시 지역사회의 초대형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김 전 시장 친·인척의 북구 아파트 건축 관련 이권 개입 의혹 사건, 2012년 김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후원금 쪼개기(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이 잇달아 불거져 선거에서 김 전 시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18일 울산지검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현장 레미콘 납품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경찰이 지난해 5월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A(50) 씨와 울산시 고위공무원 B(60)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 결론을 내렸다. A 씨 등은 2017년 4~5월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레미콘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물량을 넣을 수 있도록 외압을 행사하거나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레미콘을 납품하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직권남용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이날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수사 책임자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은 당장 사퇴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울산시당도 “김 전 시장 후보 측근 수사는 김 전 시장 죽이기 수사, 공작수사, 기획수사였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수사와 관련, 선거 기간에 친·인척 등을 줄줄이 소환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한국당 측은 “측근비리 수사 전인 지난해 2월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김 전 시장의 지지율은 37.2%였으나, 수사 이후인 지난해 4월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29.1%로 뚝 떨어졌다”며 “이번 수사가 선거 결과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선거 최종결과에서는 52.9%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가 40.1%를 얻은 김 전 시장을 누르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송철호 당시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과 1980년대 영남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친분이 두터웠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송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비리 의혹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지만 친·인척 비리 의혹 사건은 경찰이 김 전 시장 동생 등 2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쪼개기’ 형태로 돈을 후원한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