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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원본못구해 수사차질
‘숙원’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사실상 물건너갔다 분위기에
“자리 내놔야” 경질론도 솔솔

15만 경찰 조직을 이끄는 민갑룡(사진)호(號)가 출범 8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암암리에 자행되던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관계의 민낯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관련 수사과정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의 정보전에서 밀렸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자존심에 입은 상처를 호소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은 민 경찰청장의 숙원사업이었던 검경수사권 조정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내부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경찰은 18일까지 일명 ‘승리 카카오톡 단체 방’ 증거 원본 전체를 확보하지 못했다. 방정현 변호사가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동영상과 사진, 카톡 대화 목록 등을 확보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일 검찰에 자료 전부를 전달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카톡 내용 100%를 손에 쥐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여전히 카톡의 일부 내용만 가지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복사본이다. 이 때문에 가수 정준영이 2016년 휴대전화 수리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를 지난 13일 압수수색했지만,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자료를 손에 넣었는지는 불투명하다.

경찰은 ‘수사 딜레마’에도 빠져있다. 불신을 제거하려면 엄중한 수사를 해야 하는데 경찰 유착 혐의가 입증될수록 경찰에 대한 근본적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의혹을 밝히지 못할 경우에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떤 수사 결과를 내더라도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경찰 내부는 뒤숭숭한 모습이다.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는 경찰을 향한 불신을 그대로 보여준 자리였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버닝썬 사태가 터진 상황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 지방유지 및 토호, 영향력 있는 세력과 더 밀착될 우려가 큰 만큼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청장은 ‘기획 분야’ 전문으로 자치경찰제와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뼈대를 만든 핵심 인물이다. 지난해 7월 경찰총수로 지명된 계기도 이 두 사안을 완수하라는 정부의 뜻이 담겨있는 게 정설이다. 최근 벌어진 상황이 민 청장의 기대나 의지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경질설’까지 나돌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물거품이 되면 민 청장의 존재 이유가 더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