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뉴욕 자택앞서 6발 맞고 사망
용의자는 픽업트럭 타고 도주

한때 미국 최대의 범죄조직으로 꼽혔던 ‘감비노 패밀리’의 두목인 프란체스코 캘리(53·사진)가 결국 피살됐다. 미국에서 거물급 갱단 두목이 피살된 것은 지난 1985년 ‘마피아계의 하워드 휴스’로 불렸던 감비노의 전임 두목 폴 카스텔라노 이후 34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캘리가 전날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의 자택 앞에서 6발의 총격을 받은 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의 자택이 위치한 스태튼 지역은 뉴욕 내에서도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태튼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캘리의 자택은 큰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누구도 범죄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뉴욕경찰청(NYPD)은 25~40세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푸른색 픽업트럭으로 캘리를 친 후 총격을 가하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NYPD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용의자가 계획적으로 캘리를 집 밖으로 유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갱단의 살해 가능성을 시사했다.

캘리는 이탈리아계 출신들을 중심으로 감비노 패밀리 안에서 인지도를 높여 40세가 되기 전에 조직 내 리더로 떠올랐다. 특히 캘리 일가는 결혼을 통해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마피아조직 ‘인제릴로(Inzerillo)’와 연대하는 등 세력을 해외까지 확장해 ‘미국 마피아의 떠오르는 별’로 묘사되기도 했다.

캘리가 사망하면서 미국 언론들은 감비노 패밀리의 역사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1910년 만들어진 감비노 패밀리는 1963년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당시 두목이었던 카를로 감비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들은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금주령 시대 때는 밀주를 팔았고 돈세탁과 성매매, 불법도박 등 각종 범죄 분야에 손을 뻗쳤다. 감비노 패밀리는 한때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이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변호인단 가운데 한 명인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가 검사 시절인 1986년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1990년대 들어서는 조직의 주요 인사들이 구속되면서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